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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축제 폐막] 위기의 겨울축제 이대로 괜찮나

2020-02-17     윤왕근 기자
지난달 27일 개장한 화천산천어축제 첫날 얼음낚시터 모습 [사진=김나연 기자]

이상고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돼지열병 등으로 최악의 시련을 겪은 올해 화천산천어축제가 16일 폐막했다. 인제 빙어축제를 필두로 지난 2003년 처음 열린 화천산천어축제가 흥행하면서 강원도에는 산과 하천, 먹거리를 필두로 한 '겨울축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나 이 같은 '단순 공식'과 얼음조각전, 눈썰매장 체험 등 뻔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겨울축제는 따뜻한 날씨 앞에 맥을 못추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년 따뜻한 겨울 '어쩌나'

올해 강원도 겨울축제는 '이상고온'에 쩔쩔매는 모습을 다시 재현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이상고온은 화천천의 결빙을 방해했고 지난달 6일부터 사흘 간 쏟아진 75㎜의 폭우는 어렵게 결빙된 20㎝ 두께의 얼음을 녹여버렸다.

축제를 준비한 화천군 직원들이 밤새 빗물을 퍼내고, 수온을 낮추기 위해 제설기까지 총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또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축제 흥행에 큰 걸림돌이 됐다.

이에 결국 축제 개막을 두차례 연기한 끝에 설연휴 마지막날인 지난달 27일 축제를 개막했지만, 얼음낚시터는 축제기간 대부분 문을 열지 못했다. 화천군은 하류 수상낚시터를 4배 확대해 1200여명이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축제장 강변에 낚시터를 만들어 관광객을 맞았다.

홍천강 꽁꽁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달 6~8일까지 내린 60㎜가 넘는 비에 얼음낚시터와 얼음축구장, 눈썰매장 등이 모두 유실됐다. 꽁꽁축제 역시 지난달 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10일로 한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철원군도 이상기후 유탄을 맞아 지난달 11∼18일 개최 예정이었던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를 일주일 연기했고 평창 대관령눈꽃축제도 축제장 안전과 정비를 위해 축제 개막을 17일로 일주일 미뤘다.
 

얼음이 얼지 않은 화천산천어축제 얼음낚시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예전에도 연기·무산 잇따라 

강원도 겨울축제가 이상고온에 고생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제 빙어축제는 2015년 극심한 가뭄과 2016년 이상기후에 2년 연속 축제가 무산됐었다. 2016년에는 '슈퍼 엘니뇨'라고 불리던 초유의 이상고온이 있었던 해로, 빙어축제뿐 아니라 평창 대관령눈꽃축제, 홍천 꽁꽁축제, 정선 고드름축제 등이 차질을 빚었다.

3년 전인 2017년 화천 산천어축제는 올해와 똑같이 개막을 앞두고 이틀간 쏟아진 60㎜ 폭우에 축제장 얼음이 녹아 일주일 연기됐다. 홍천강 꽁꽁축제도 같은 해 두차례나 연기한 끝에 개막했지만 계절성이 짙은 행사 프로그램 때문에 일부 행사를 축소해야 했다.
 

홍천강꽁꽁축제 개막이 얼마남지 않은 지난해 12월 홍천강이 얼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절성 탈피한 '플랜B' 필요

이처럼 이상고온으로 매년 강원도 겨울축제가 차질을 빚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별다른 대안없이 축제를 열다가 휘청이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축제 차질은 지자체의 피해도 막심하지만 결국 축제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간다고 봐도 무방한 해당 접경지역 상권 손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축제를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기후에 절대 의존하는 방식보다는 계절성을 탈피한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등 '플랜 B'가 있어야한다고 조언한다.

강원연구원도 2017년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강원도 겨울축제 대응방안'을 통해 "관 주도형 축제로 진행하다 보니 이상기후 등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안 마련이 소홀했던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축제·기획 전문가는 "지역 겨울축제가 뻔해지는 것은 선거 등의 이유로 지자체들이 확실한 아이템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따뜻해지는 날씨와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지자체에서 명확한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S투데이 윤왕근 기자 wgjh65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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