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느리고 복잡해"…춘천사랑전자상품권 실효성 논란
춘천시가 춘천사랑상품권을 모바일 결제 방식으로 출시됐지만 소상공인과 시민들 대부분은 불편함과 비활성화를 원인으로 들며 반기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춘천시는 지난 10일 사용자가 판매자의 QR 코드를 촬영한 후 금액을 입력하거나 상품권 바코드를 점원에게 보이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의 춘천사랑전자상품권 120억원을 발행했다. 춘천지역 가맹점은 이날 기준 2500곳이다.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농협 올원뱅크, 체크페이, 비플제로페이 등 지역상품권 전용앱 또는 간편 결제사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다음 춘천사랑상품권 전자상품권을 선택해 충전하고 이용하면 된다.
춘천시는 이를 통해 환전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사용자나 사업자들 모두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앱을 다운받아야 사용이 가능하며 결제 시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후평동에 사는 정모씨는 "휴대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페이앱도 지금껏 한번도 안 썼는데 일일히 금액을 충천하고 앱을 켜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천을 하고 결제하려고 하면 아무리 빨라도 최소 3~4분이 소요됐다. 카드나 현금 결제 시 평균 30초도 안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여기에 바코드 인식 불량 등이 발생하면 결제 과정은 더욱 번거로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의 사용하는 이들이 없어 점원들 역시 사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MS투데이가 편의점, 음식점 등 제로페이가 가맹점 7곳을 방문한 결과 제로페이 결제 방법을 바로 알고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명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 점주 김모씨는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5달 전쯤 한 번 결제한 기억이 있다"면서 "LG페이나 삼성페이 등으로 결제하는 분들은 조금 있어도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효자동에서 한식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상품권은 하루에 한 2~3만원 정도 받는 것 같다"면서 "가게 입장에서도 은행에 가서 다시 환전을 해야 하니 현금이 좋다"고 말했다. 또 "1만원권의 경우 80% 이상을 사용해야 거스름돈을 주는데 8000원 이하로 드시는 분들이 많아 난감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춘천사랑상품권 가맹점임에도 전자결제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후평동에서 중식점을 하는 김모씨는 "춘천사랑상품권은 받지만 우리는 제로페이 같은 게 뭔지도 모른다"라면서 "춘천사랑상품권을 휴대폰으로 결제를 해달라는 손님들이 있다면 어찌해야 할지 모를 것 같다"고 난감해했다.
실제 사용률도 의문이다. 지난 3월부터 같은 방식으로 시행된 강원상품권의 경우 발행한 지 40일이 지난 지금까지 총 4000만원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전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임에도 하루에 단 100만원씩만 판매된 셈이다. 여기에 춘천의 인구를 고려하면 춘천사랑상품권의 판매량은 강원상품권의 약 20% 정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춘천시 관계자는 "현재 춘천사랑전자상품권 구매 시 10%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면서 "바코드 인식 기기가 없는 업소들의 경우 제로페이 가맹점 신청 시 제로페이 측에서 배포한 QR코드로 결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전의 번거로움 없이 할인된 가격으로 많은 시민들이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홍보를 활발히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MS투데이 방정훈 기자 hito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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