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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춘천 고3 학생 교실입성...발열로 32명 귀가

2020-05-20     윤왕근 기자
고3 등교 개학이 시작된 20일 오전 춘천여고 교문으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 만이다. (사진=윤왕근 기자)

"그동안 잘지냈어? 대박, 너 살빠졌네", "아니야. 넌 공부 많이 했어?"

고3 학생부터 등교개학이 시작된 20일 오전 7시40분쯤 춘천여고 정문 앞. 등교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 만이다.

늦어진 등교로 당장 입시일정에 쫓겨야할 고3 학생들이지만 그보다는 보고싶었던 친구들을 만난 기쁨이 더 큰 영락없는 여고생들의 모습이었다.

단 한명도 빼놓지 않고 마스크를 쓴채 교문에 들어선 학생들은 교내 진입 전 현관에서 선생님들의 지도로 1m 간격을 유지하고 발열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학교 측은 1차적으로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서서 1차 발열체크를 하고 이어 지도교사가 직접 체온계로 2차 발열체크를 한 뒤 교내로 들어가도록 했다.

김수연 학생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니까 많이 설레고 떨린다"며 "줄서서 들어가는 것과 실내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니 불편하긴 하지만 일단 학교에 다시 와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80일만에 정상 등교한 춘천여고 고3 학생들이 입실 전 현관에서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 간격을 유지한 채 줄 서 있다. (사진=윤왕근 기자)

코로나19로 생긴 학업차질에 대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수연 학생은 "등교가 늦어져 입시때문에 많이 걱정이 되지만 친구들 모두 다 똑같은 입장이니 준비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가연 학생도 "친구들을 만나 좋지만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등교하게 돼 살짝 불안한 마음도 있다"며 "고3이라 입시에 차질이 생긴 것도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교내에 들어간 학생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 때문인지 교사들의 간격유지 권유에도 어깨동무를 하거나 서로 붙어 이야기를 나누는 등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발열체크를 마친 후 교실에 들어간 학생들은 이미 간격을 두고 '시험 대형'으로 배치된 책상에 책가방을 풀었다. 오전 8시 15분쯤이 되자 담임교사들이 일제히 아침조회를 시작했다. 교사들은 들뜬 분위기를 정돈시키고 체온계로 일일이 저리를 돌아다니며 2차 발열체크를 했다.
 

코로나19로 80일만에 등교한 춘천여고 3학년 1반 담임교사가 간격을 유지한 채 앉아있는 학생들의 발열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윤왕근 기자)

3학년 1반 변정화 담임교사는 발열체크 뒤 마스크 등 방역용품을 나눠준 뒤에야 아이들과 인사했다. 변 교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교실에서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 화장실 역시 3층만 쓰고 다른 층 화장실은 사용하면 안된다"고 주의사항을 일러뒀다.

변 교사는 차질이 생긴 입시에 대한 우려를 했다. 그는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잘 들었느냐"며 "내일 학력고사인데 준비를 잘 했는지 모르겠다. 여태까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내일 보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수행평가가 계속 이어질텐데 준비를 잘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고3 등교개학을 위해 춘천여고 교사들은 며칠 전부터 학생들의 이동동선을 짜고 교실 책상 배치, 관련 교육을 선행하며 준비를 해왔다.

춘천여고 장수식 3학년 부장 교사는 "3학년 학생들은 입시를 앞두고 있어 미리 와서 모의고사도 보고 실력을 체크해야되는데 코로나19로 수업과 입시상담이 잘 안돼 입시지도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며 "지금이라도 등교를 하게 돼서 상당히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선생님들은 그동안 미처 하지 못한것들을 짧은 기간 압축 지도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학교에서는 교육부 교육청 지침 기초해 방역준비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해당 학교 교문 앞에는 지역 방역업체에서 등교개학에 맞춰 학생들의 발 소독과 손소독제 배부 등의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춘천여고 등교개학길에는 지역 방역업체가 학생들에게 발소독, 손소독제 배부 등 홍보전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윤왕근 기자)

한편 이날 춘천여고 등 춘천 내 14개 고교, 고3 학생 2688명이 20일 등교,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또 이날 도 전역에서 이날 학생 43명이 기침, 발열, 인후통 등 증상을 보여 결석했으며, 32명은 등교 후 발열 검사 등에서 증세를 보여 귀가했다. 

고3학생 80일만에 첫 등교 현장. (영상 취재=이정욱기자 / 김서현 기자)

[윤왕근 기자 wgjh654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