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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묻힌 중도에 말뚝을?" 레고랜드, 이번엔 '공법' 논란

2020-06-23     윤왕근 기자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공사 현장. (사진 / MS투데이 DB)

혈세 과다투입 논란이 일고 있는 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이 이번에는 공법 변경으로 인한 유적파괴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2일 성명을 통해 "새로운 공법 도입을 통한 중도 문화재 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범대위는 "지난 17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심의위에서 레고랜드 유적 박물관과 공원건설 사업에 대해 조건부 통과시켰다"며 "그러나 테마파크내 호텔과 전망 타워에 승인에 대해서는 공법 등에 관한 문제로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테마파크 조성계획상 호텔은 6층 규모, 전망타워는 59.8m 높이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도개발공사(사업초기 엘엘개발)가 2016년 6월, 당초 모래로 구성된 사암지대인 중도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땅을 깊이파지 않고 벌집모양 구조물을 바닥에 까는 특수공법인 '허니 셀 (Honeycell) 기초 방식'으로 시공하겠다고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범대위는 주장했다.

그러나 중개공 측이 지난달과 이달 두차례에 걸쳐 호텔과 전망대의 기초시공 방식을 '허니셀' 방식이 아닌 '파일(pile) 기초 방식'으로 변경해 제출, 문화재위원회에서 보류 판정이 났다는 것이 범대위 주장이다. 말뚝박이형 시공으로 널리 알려진 '파일' 방식은 통상 10m 이상인 기초용 말뚝을 수십 m 깊이로, 수십 개를 박는 공법을 사용한다.

범대위는 해당 공법으로 호텔·전망대 건립 공사가 시작될 경우 '유적 파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현재 레고랜드 호텔과 전망대가 올라가는 터에는 발굴조사가 청동기 시대 밖에 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수십 개의 쇠말뚝을 박는 파일 공법을 도입할 경우 현재 땅 밑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석기 시대 이상의 유물과 유구는 발굴 조사 한번 없이 완전히 파괴된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5월 도청 출입기자단과 춘천 중도 레고랜드 조성공사 현장을 방문해 설명회를 가졌다. 최 지사가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 MS투데이 DB)

범대위는 "현재 출토된 중도 유물은 ‘선사시대 도시유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뽑히고, 그간 1266기의 선사시대 집터와 149기의 무덤들이 발견된 역사의 보고"라며 "상황이 이렇지만 중도개발공사와 강원도는 번번이 도민들과의 약속을 뒤집고 일상적 기만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 만년 이어 오며 퇴적된 중도 토층이 갑자기 모래 지대에서 바위 지대로 바뀐 것이냐"며 '이미 2017년 268차 도의회 의정 질문에 나와있듯 건설 공사 현장에서 상식이 된 '허니 셀’ 방식이 연약한 지반에는 적합지 않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았단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범대위는 "해당 공법이 사용될 경우, 인류의 보고인 우리 문화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 뻔하다"며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는 강원도와 최문순 도지사, 도 산하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파괴하는 범죄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 wgjh6548@mstoday.shubhangiagraw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