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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농가 끝없던 장마에 “값 올라도 팔 복숭아 없어”

2020-08-28     석민정
잇따른 장마와 태풍 바람으로 남아있던 복숭아 마저 모두 떨어져 바닥을 뒹굴고 있다. (사진=석민정 기자)

“답답한데 어쩌겠어요. 아직 나무는 살아있으니 내년을 위해 다시 준비해야하지 않겠어요.”

27일 춘천 동내면에서 만난 부흥농원 최종화(56) 대표는 밀려드는 복숭아 주문을 거절하고 있었다. 당초 9월 초까지 판매를 해왔지만 올해는 복숭아 수확량이 적어 3일 전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이날 최 대표의 농장에는 복숭아가 썩어 문드러진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최 대표는 “올해 초 냉해로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시작으로 50일 넘게 내린 비로 복숭아 꼭지에 물이 고이면서 절반이 낙과했다”며 “그마저 수확한 절반도 이상기온으로 인한 질병 등으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3분의1 정도만 판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잎이 모두 매마르고 새싹은 펼쳐지지 못한 채 단호박 한개가 간신히 매달려 있다. (사진=석민정 기자)

단호박 농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야 할 단호박은 온데간데 없고 잎은 매말라 갈색을 띠고 있었다. 이 또한 최근 이어진 긴 장마로 새싹이 녹아내리고 줄기가 썩으면서 과실이 매달리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 춘천에는 54일간 비가 내리고 최근 태풍까지 불어닥치면서 춘천지역 과수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다행히 태풍 ‘바비’로 인한 춘천지역 농가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부족한 일조량으로 저장양분을 축적하진 못해 겨울나기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건 아닌지 농가의 한숨은 끝이 없었다.

 

복숭아 판매가 한창인 농장에 복숭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에는 잎이 말라 올해 마지막으로 수확된 단호박이 숙성 중이다. (사진=석민정 기자)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세로 직판 비율이 이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고 대부분 비대면 주문을 통한 배달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또한 코로나19로 과일 가격이 바닥을 치고 최근 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농가한테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최종화 대표는 “최근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판매할 상품이 없으니 강건너 불구경인 셈이다”며 “누구의 잘못도 아닌 하늘에서 만든 상황이니 어쩌겠는가. 내년 농사를 위해 다시 밭에 나가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옅은 미소를 띄었다.

[석민정 기자 suk3845mstoday.shubhangiagraw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