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나눔은 행복입니다" 춘천연탄은행
연탄봉사가 있었던 지난 12일 춘천시 동면 하일길에 있는 ‘춘천연탄은행’을 찾았다. 입구 가득 쌓인 연탄과 시커멓게 바랜 목장갑, 요즘 보기드문 지게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춘천연탄은행’의 정해창 대표가 귤 두 개와 따뜻한 커피를 준비한 채 기자를 반겼다.
2004년 원주연탄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연탄봉사를 시작했다는 ‘춘천연탄은행’은 추운 겨울 연탄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어르신들에게 일년동안 무료로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어느덧 운영 17년차를 맞은 ‘춘천연탄은행’이 지금까지 기부한 연탄은 500만장 정도로 매년 30만~40만장을 기부한다.
여름에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묻자 정 대표는 “사람들이 ‘연탄은 겨울에 잠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르신들은 추워지는 10월부터 늦게는 5월까지 연탄을 피운다"며 "연탄기부만 하는게 아니다. 연탄 한 장을 기부하기 위해 행정적인 준비 절차가 많다. 그래서 일년 내내 연탄봉사 준비로 바쁘다”고 말했다.
‘춘천연탄은행’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소중한 민간후원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된다. 정 대표는 “코흘리개 아이가 일년동안 동전을 모아 가져오거나 어르신이 바느질과 파지를 모아 번 돈을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너무 감동적이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정 대표는 “연탄은 어르신들에게 힘든 난방 수단이다. 무거운 연탄을 직접 버려야 한다”며 “한 어르신은 연탄을 갈다 힘이 없어 쓰러지셨다. 그때 뜨거운 연탄이 배에 떨어졌고 화상을 입어 결국 돌아가셨다. 절대 잊을 수 없을만큼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춘천연탄은행’은 자원봉사자들의 소중한 노동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봉사에 큰 차질이 생겼다. 정 대표는 “1년에 5000명의 봉사자들이 연탄을 옮긴다. 코로나19로 80%정도의 일정이 취소됐다”고 답했다. 게다가 올해 춘천에 남아있던 단 하나의 연탄공장마저 폐업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정 대표는 “이제 연탄을 서울에서 구입한다. 연탄 단가가 더 올랐다. 봉사자들이 줄어든 만큼 후원도 줄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양로의 좁은 골목길에 도착했다. 이날 연탄봉사를 위해 정 대표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원총동문회 동문들이 모였다. 이들은 “나눔은 행복이다”를 외치며 봉사준비에 나섰다. 이들에게 정 대표는 연탄의 비밀 4가지를 공개했다. 정 대표는 “첫번째 비밀은 연탄의 무게다. 연탄 한 장은 3.65kg이다. 36.5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준다”고 했다. 이어 “두번째는 연탄 구멍이다. 연탄은 22공탄인데 행복을 한자로 쓰면 22획이다. 연탄은 행복 그 자체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세번째는 색깔에 있다. 연탄이 태어나면 까만색이다. 연탄의 몸을 불태우면 가장 멋있는 빨간색이 된다. 다 타고나면 하얀색이 되지만 사랑은 영원하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은 ‘행복’이다. 연탄이 들어오면 어르신들은 ‘만세’를 외친다”고 설명했다.
연탄봉사 지역은 대부분 차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은 연탄 6장, 여성은 4장을 지게에 지고 이동한다. 두명은 연탄을 지게에 싣고 두명은 연탄을 쌓는다. 이날은 800장의 연탄을 200장씩 총 4곳에 기부했다. 정 대표는 “연탄을 지게에 싣는 게 서툴면 ‘덜그럭’ 소리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연탄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걸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연탄봉사자 정한용씨는 “많은 분들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보살피며 행복한 세상을 추구했으면 좋겠다”며 “어르신들이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뿌듯하고 눈물이 나온다”고 밝혔다.
봉사 전부터 연탄걱정에 거리를 서성이던 할머니도 “연탄이 있어 춥지 않다.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말 좋은 사회는 ‘연탄봉사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정 대표는 “어르신들이 ‘연탄이 없으면 우린 죽어’라고 말하신다. 연탄이 생명을 지키는 운동도 되는 것 같다”며 “연탄의 도움이 필요없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은혜 기자 keh1130@mstoday.shubhangiagraw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