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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캠프페이지 개발 사업, 시민 동의가 먼저다

2024-06-12     엠에스투데이
춘천 근화동 옛 캠프페이지 부지. (사진=MS TODAY DB)

 

 미군 철수 이후 20년 가까이 공터로 방치된 캠프페이지를 볼 때마다 춘천시민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어렵사리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이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정처 없이 방황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잘만 쓰면 춘천의 도시 가치를 한껏 키워줄 보물단지가 속절없이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춘천시는 최근 캠프페이지 대규모 개발 계획안을 마련,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 공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캠프페이지 51만5000㎡ 부지에 산업·상업 시설과 주거단지, 공원으로 구성된 복합 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민선 8기 춘천시는 이 국토부 사업에 큰 의미를 두고 밀어붙인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강원연구원장 시절부터 구상했던 방안으로 관계 기관과 협력해 절차대로 사업을 추진해 가겠다”며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육 시장 생각대로 사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캠프페이지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논란과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장 민의의 수렴 장인 시 의회에선 국토부 사업 공모 신청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밝혔고, 시민사회단체들도 춘천시가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한다. 인근 주민들과 시내 이장·통장들은 개발에 찬성한다고 했지만, 지역 정가에선 육 시장의 업적 과시용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캠프페이지 사업은 국토부 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사업 대상지구로 최종 선정되면 5년간 국고 250억원을 지원받는다. 그런데 춘천시가 계상하는 캠프페이지 총사업비는 2조7000억원이다. 논란을 잠재우고 사업지로 선정된다 해도 국가에서 받는 지원금이 전체 사업비의 1%에 불과하다. 국토부 사업을 놓고 춘천과 경쟁 중인 부산과 인천은 총사업비가 1000억~2000억원이어서 국고 지원금의 비중이 크지만, 춘천은 사이즈가 전혀 다른 것이다. 캠프페이지는 도리어 선정된 이후 나머지 사업비를 어디에서 충당할지 전망이 모호한 게 더 큰 문제다. 

 캠프페이지 사태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역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권 바뀔 때마다 종전 계획을 뒤집어엎는 일을 반복하면서 신뢰를 잃어왔기 때문이다. 민선 6기 시장은 한류 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하고, 민선 7기 시장은 복합문화공원을 만들겠다며 전임 때 계획안을 폐기 처분한 게 대표적이다. 최문순 도지사는 도 청사를 캠프페이지에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김진태 도지사는 도 청사는 동내면 고은리에 짓는다면서 다시 뒤집기도 했다.

 캠프페이지는 춘천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사업이다. 임기 4년짜리 선출직 공무원이 훗날 감당 못 할 일을 자기 업적 과시용으로 벌렸다가 아니면 말고 하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지금이라도 시대에 부응하며 춘천의 역사와 문화에 어우러지는, 그래서 시민이 공감하는 안정적 프로젝트가 마련돼야 한다. 시민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개발 계획은 한낱 모래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