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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청 홈페이지서 이름 뺀다고 악성 민원이 없어지나

2024-07-17     MS투데이
강원특별자치도청사. (사진=MS TODAY DB)

 

 강원특별자치도가 홈페이지에서 담당 공무원 이름을 비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름을 빼면 공무원은 편하고 좋겠지만 도민들은 민원처리가 겉돌고 지연돼 불편하다. 행정에 대한 신뢰, 투명성도 저하된다. 홈페이지에서 공무원 이름을 빼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니 공무원이 아닌 행정의 수혜자 입장에서 심사숙고해 결정 해주를 당부한다. 

 이런 논의가 나오게 된 것은 지난 3월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경기도 김포시 공무원이 사망한 것이 발단됐다. 당시 이 공무원은 도로보수 조치를 내렸다 차량 정체로 불편을 느낀 민원인이 인터넷에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는 바람에 누리꾼들에게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담당 공무원 성명 표시 여부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토록 하는 대책을 만들어 공문으로 내려보냈고 국방부, 통일부 등 중앙부처와 전북도, 경북도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 이를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김포시 공무원 사망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민원인들의 갑질 행태로 빚어졌지만, 이면에는 개인신상 공개, 누리꾼들의 집단적 괴롭힘 성향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담당 공무원의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는 극단적 선택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방안과 엄격한 공개기준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지 무턱대고 홈페이지서 이름을 비공개하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구는 격이다. 그런 점에서 급조한 대책을 내놓고 자율적으로 실시하라는 행정안전부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리꾼들의 집요하고 과도한 괴롭힘에 대한 제동 책도 마련됐어야 한다.

 도청 내부에서도 이름 비공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실명 비공개는 당장에는 악성 민원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민원처리가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민원인들은 담당자를 몰라 허둥지둥 댈 수 있고 여기 가라, 저기 가라 ‘조리 도림’ 당할 수도 있다. 민원이 제때 처리되지 않으면 어디에 항의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름이 가려지면 공무원들은 민원을 성의있게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담당자를 몰라 업무처리가 지연되는 등 불편이 가중된다. 

 행정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민원 공무원의 이름을 밝히면 담당자는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민원처리를 하게 된다. 이름을 가리는 것은 성벽을 쌓고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발전하는 게 아니라 뒷걸음질 치는 행정의 퇴행이다. 장벽을 쌓으면 업무처리 효율이 떨어지고 무사안일과 편의주의가 팽배해진다. 민원인들도 갑질 행태를 버려야 한다. 갑질은 공무원들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보신주의를 심화시켜 행정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킨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온다. 민원처리가 선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지 폐쇄적으로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