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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 토트넘 보낸 마법의 47번”⋯김병지 강원FC 대표 직격 인터뷰

MS투데이, 김병지 강원FC 대표 인터뷰 남해 고교대회서 양민혁 발견 동계훈련 참여 신의한수⋯대체불가 선수로 이름값보다 ‘원팀’⋯강원FC 선전 비결

2024-08-12     진광찬 기자

지난해 5월 12일 강릉제일고(강원FC U18)와 광주 금호고가 맞붙은 고등학교 축구대회, 경상남도 남해군까지 찾아간 김병지 강원FC 대표의 눈에 강릉제일고 소속으로 뛰던 한 선수가 들어왔다. 개인 드리블 능력이 좋고, 엄청난 파괴력이 느껴졌다. 마무리패스만 보완한다면 큰 선수가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김 대표는 경기가 끝나고 이 선수를 불렀다. “드리블 능력 다 좋은데 패스를 투박하게 하지 말아라. 공을 잘 연결시겨 준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2023 FIFA U-17 월드컵에서 주전 윙어로 뛴 그는 공격의 핵심자원으로 활약하며 미래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잠재력을 확인한 김 대표는 그해 12월 고등학생 선수와 준프로 계약을 맺었다. 강원FC는 그에게 에이스로 활약하다 셀틱FC로 떠난 양현준의 등번호 47번을 물려줬다. 그는 첫 경기부터 번득이는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이내 K리그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고, 불과 몇 개월도 안돼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의 눈에도 들어왔다. 지난달 토트넘 홋스퍼의 유니폼을 입은 양민혁(18)의 ‘이적 스토리’다. 

 

지난 6월 강원FC 공격수 양민혁(오른쪽)이 '프로' 계약서에 사인한 후 김병지 대표이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강원FC SNS 갈무리)

강원FC가 창단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초반부터 거센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강원FC는 지난 9일 열린 K리그 26라운드에서 김천상무를 2-1로 꺾으면서 리그 1위를 탈환했다. 현재까지 승점 48점(14승 5무 7패)으로 리그 선두에 올라서면서 이제는 꿈에 그리던 AFC 챔피언스리그(K리그 성적 3~4위까지 가능) 진출을 넘어 리그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팬들은 윤정환 감독의 공격 축구에 매료되고 있다. 강원FC는 이날까지 48골을 기록하면서 리그 팀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엔 대한민국 최고 라이징 스타 양민혁이 있다. 양민혁은 출전, 득점, 공격포인트 등 구단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고, 4번 연속 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신화를 써가고 있다.

양민혁이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병지 강원FC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김 대표는 트레이드 마크인 헤어 스타일처럼, 톡톡 튀는 재능을 가진 양민혁을 한눈에 알아봤다고 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를 영입할 때 이름값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우리 팀에 얼마나 필요한지, 얼마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춘천에서 500㎞나 떨어진 경남 남해까지 고등학교 축구대회를 보기 위해 달려간 이유다.

 

내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이적이 확정된 강원FC 양민혁. (사진=강원FC)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다고 고등학생이 데뷔 첫해 프로에서 단번에 활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양민혁이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은 동계훈련이다. 강원FC는 준프로인 양민혁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동계훈련 명단에 한 자리를 더 만들었다. 프로구단이 고등학생 선수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것은 이례적이다. 구단의 지원에 보답하듯 양민혁은 연습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시즌 첫 경기부터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여름 스코틀랜드 셀틱FC로 이적한 양현준에 이어 양민혁까지 화수분처럼 젊은 선수가 튀어나오는 비결은 강원FC만의 육성 시스템에서 엿볼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재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보고 과감히 투자하는 시스템을 강조한다. 그가 ‘흙 속의 진주’를 찾기 위해 틈만 나면 고교축구 현장을 방문하는 이유다. 양민혁은 올 시즌을 마치고 토트넘으로 향하지만, 그의 등번호 47번을 이을 쟁쟁한 유망주들이 제2, 제3의 양민혁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다음 시즌 47번 후보들이 이미 준비돼 있다. 유망주들을 공들여서 영입하고 경기장에 나설 기회를 제공해 다시 한번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윤정환 감독, 전력강화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FC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면서 창단 첫 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강원FC)

대표와 감독 간의 활발한 소통도 팀을 ‘원팀’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윤정환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뛰어난 지도력과 화합력, 선수들의 절실함이 어우러져 기대 이상의 결실을 맺고 있다. 여기에 공격 축구라는 팀 컬러를 입히면서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윤 감독은 팀 상승세의 원동력에 대해 “전지훈련부터 팀이 잘 만들어져 느낌이 좋았다. 워낙 훈련 성과가 좋아 올 시즌 기대가 됐다”며 “2부 리그에서 뛰거나 1부에서 경기에 많이 못 나오던 선수들이 절실함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고 설명했다.

좋은 성적은 팬들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홈구장은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 최근 4경기 연속 홈관중 1만명이 들어섰고 유니폼 등 MD 상품 매출도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전인표 강원FC 공식 서포터즈 나르샤 회장은 “춘천이든 강릉이든 성적이 나오니까 관중들도 몰리고 응원할 맛도 난다”며 “신인 선수들이 와서 자리를 잡고 융합을 이루면서 팀이 정말 잘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프론트가 정말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구단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shubhangiagrawal.com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