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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미래

김형석의 감언이설

2024-08-15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지난 7월 29일 한국은행 강원지부에서 흥미로운 보고서(기획금융팀 오다운 작성)가 나왔다. ‘강원 지역 축제 현황 및 발전 방안-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이었다. 우린 종종 궁금하다. 우리의 일상에서 축제는 어떤 의미이고, 얼마나 많은 축제들이 치러지고 있을까. 축제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축제를 통해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 보고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숫자’를 중심으로 한 대답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강원특별자치도엔 117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있으며, 축제에 쓰이는 예산은 456억원이다. 춘천엔 10개의 축제가 있는데, 그 수로는 강원 지역에서 강릉(16개), 정선(14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지만 총 방문객 수는 54만 명으로 일곱 번째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춘천은 축제는 많지만 그 효과는 적은 곳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축제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강릉의 단오제 같은 전통 역사 축제나, 화천의 산천어 축제 같은 생태 자연 축제나, 횡성 한우 축제 같은 특산물 축제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지만, 춘천의 축제들은 대부분 문화 예술 축제이다. 춘천마임축제를 비롯해 춘천인형극제, 춘천연극제, 춘천고음악페스티벌, 김유정문학축제 그리고 필자가 일하고 있는 춘천영화제 등의 문화 예술 축제는 관객 참여의 몰입도는 높지만, 대중적 인원 동원을 놓고 보면 그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로지 사람 수로 모든 것을 가늠할 수 있을까? 여기서 보고서는 흥미로운 지적을 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강원 지역의 축제 102개를 분석한 결과 그 중 방문객과 지역의 매출액이 동시에 증가한 축제는 62개에 불과했고, 27개의 축제는 방문객이 증가해도 매출은 증가하지 않았으며, 전통 역사 축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전체 예산의 29.1%), 경제 효과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강원 지역의 축제들은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해도 실질적으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축제는 적고, 강원 지역 외부 사람들이 오더라도 잠시 머물다 갈 뿐이며, 지역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 역사 축제는 그 의미만큼 효능감이 있진 않다는 것이다.

몇몇 부분은 해결해야 한다. 비슷한 테마의 축제들은 정리될 필요가 있고, 대상 연령층도 중장년층에서 청년 및 가족 단위로 확장되어야 한다. 높은 가격과 낮은 퀄리티의 음식, 업자들에 의한 횡포, 트로트 가수 중심의 공연 등 획일화된 축제 문화는 이젠 변할 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 예술 중심인 춘천의 축제 문화는 어쩌면 강원 지역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띠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좀 더 대중적인 이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춘천의 문화 축제들이 지닌 다양성은 다른 도시에선 만나기 힘든 특색이다.

관건은 그 특색을 지역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왔다가 우루루 빠져 나가는, 밀물 썰물 스타일의 한국적 축제 방식은 이젠 지양해야 할 대상이다. 대신 최소한 한 나절 이상을 축제의 공간에서 즐기는, 나아가 하루 이상 머물며 축제와 더불어 춘천이라는 공간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체류형 축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축제의 질적 가치를 위한 노력. 축제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시급한 덕목이다.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