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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과 총명탕

김도경의 동의보감

2024-08-20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2024년 수능시험은 11월 14일로 1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00일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100일의 의미와 함께 열심히 공부한 만큼 수험생들이 실력 발휘를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단군신화에 호랑이와 곰이 100일간 굴속에 있으면 사람이 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또한 절에 다니는 어르신들의 100일 기도, 태어난 아기들 100일 잔치, 사랑하는 연인의 100일 기념일, 수능 100일 전 등 왜 100이라는 숫자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걸까요?

그 이유는, 100일이라는 것은 변화의 단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 년에 4개의 계절이 있고 계절의 바뀜 또한 3달에 한 번, 즉 100일 정도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100일 정도 공을 들이거나 정성을 다하면 뭔가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아기들도 100일이 지나면 목을 가누게 되어 드디어 엄마 등에 업혀 바깥세상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지요. 수능 100일이라는 것도 그동안 공부가 다소 부족했더라도 남은 100일간 열심히 노력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수능이 다가오면 총명탕에 대한 문의가 가끔 들어옵니다. 총명탕은 동의보감 건망 편에 나오는 처방으로 원지, 복신, 석창포 세 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효능은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것을 치료하며 오랫동안 먹으면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외울 수 있다고 합니다. 치매기가 있는 어르신들이나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꼭 필요한 처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누구나 총명탕을 먹는다고 총명해지는 걸까요?

동의보감 건망 편에는 총명탕 외에 정지환, 가감고본환, 귀비탕, 주자독서환 등등 10여가지 이상의 처방이 나오는데 이렇게 많은 처방이 기록되어 있는 것은 체질이나 갖고 있는 증상에 따라 처방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무조건 총명탕만 먹는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귀비탕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가감고본환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
 

수험생의 체질에 맞게 총명탕, 귀비탕, 자음건비탕 등을 처방받아 먹는 것이 좋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구분점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총명탕은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잘 찌는 체질의 학생들에게 좋으나 너무 예민하거나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잘 찌지 않는 마른 학생들은 총명탕이 맞지 않습니다. 또, 평소 근심, 걱정이 많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하며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학생들은 귀비탕을 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가끔 너무 긴장을 잘하거나 시험이나 면접, 발표를 하려고 하면 불안해서 실력 발휘를 못 하는 학생들은 자음건비탕이라는 약을 써야 하는데 특히 긴장하면 머리가 하얗게 되어 아는 문제도 틀리고 공부한 것도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아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수험생들 입장에서 체력이 약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지나친 긴장으로 공부한 만큼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한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을 없을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심장과 비장에 약한 체질의 학생들에게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며 거기에 맞게 여러 가지 치료법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 한방적인 치료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약을 먹지 않아도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고치법입니다. 고치법은 치아를 아래위로 천천히 딱딱 소리가 나게 마주치는 것인데 기억력 향상 및 긴장 완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고치법을 주기적으로 하기 어려우면 껌을 씹어도 좋은데 식후 15분 정도 산책을 하면서 껌을 씹으면 소화력도 돕고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 꼭 실천해 보시길 바랍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