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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병의 교육산책] AI 시대에 교육적 ‘흥미’

2024-08-28     박주병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박주병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독일의 저명한 교육 철학자 요한 헤르바르트(1776-1841)는 교육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헤르바르트는 윤리학과 심리학으로 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의 골격을 구성하였다. 교사의 수업을 운영하는 절차를 도입단계에서 평가 단계까지 제시한 ‘교수 4단계설’은 오늘날 사범대나 교육대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교육학에서 ‘흥미’의 개념을 평생 관심에 두고 연구했는데, 흥미를 <원초적 흥미>와 <통각(統覺)적 흥미>로 구분했다. 원초적 흥미란 생존과 직결되어 있거나 감각을 직접 자극하는 흥미다. 예를 들어 눈앞에 불이 번쩍한다거나 큰 소리가 들릴때, ‘방금 그게 뭐지’, ‘어머, 신기하네’ 하는 마음의 개념이다. 이런 흥미는 강력하고 쾌감을 주어서 학생들의 주의를 끌기 쉽다. 그러나 궁금증이 해소되면 더 파고들어가지 못하고 곧바로 다른 쪽으로 옮겨 간다.

반면 통각적 흥미는 일면적, 편파적 집중이 아니라 지속적인 자기탐구를 이끌어내는 흥미를 말한다. 정체가 파악되고 난 뒤에도 계속 “왜 그렇지?”를 묻는다거나, 사실이나 원리를 안 뒤에도 이것이 다른 경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계속해서 탐구해 나가는 흥미를 말한다.

만약 아이들의 흥미를 원초적 수준에서 충족시키면 학생의 역량을 일회적 자극에만 소진하게끔 만든다. 이 일이 반복되면 학생들은 계속해서 강도가 세어지는 자극에만 탐닉하게 된다. 눈사람을 만들어보면 안다. 안에 심이 되는 단단한 뭉치가 있어야만 눈이 그 위에 덧붙여 덩이를 만들 수 있다. 헤르바르트는 이를 ‘통각괴’(학습한 것들의 덩어리)라고 표현했는데, 주의가 치사(성찰)를 통해 마음에 자리잡고 체계가 잡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헤르바르트는 학생의 흥미가, 단편적 흥미가 되지 않고, 다면적 흥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 신기하고 박물관이나 책에서 본 공룡에서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흥미는 단편적이 된다. 자동차를 더 탐구하면서 엔진과 핸들이라는 조향장치 사이의 물리적 법칙을 배우고, 공룡에서 나아가 고생물의 특징, 파충류와 양서류의 차이 등 생물학의 법칙들을 이해하는 것이 사변적 흥미이다.

그렇게 연구하다 보면,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가 조화와 질서를 뜻하듯이, 세계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이고, 그럼으로써 화학과 생물학이 하나로 연결되고, 양자역학이 동양철학의 우주관과 통하게 되는 심미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사회적 활동의 영역으로 확장해보면 아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기쁨, 슬픔, 고통 등을 보면서 자신 안에서 비슷한 감정을 유추하면서 반응한다. 그러다가 타인의 처지에 내가 얼마나 공감을 해야 하는지, 가령 쫓기는 도둑에게 공감해도 되는지, 가족의 복수를 위해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해도 되는지, 도덕적 법칙을 정립하려고 애쓰게 된다.

이것이 궁극적 지점에 다다르면,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 확장되고, 더불어 아이들의 자아도 확장되는 것이다. 

교사든, 부모든, 학습자의 흥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 알고 있다. 헤르바르트의 흥미이론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흥미는 교육의 출발점이 아니라 목적지다. 즉 아동의 흥미를 충족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흥미를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

2025년부터 디지털교과서가 전국의 모든 학교에 도입된다고 한다. 디지털기기가 삶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AI의 즉각적인 응답과 디지털 기기의 현란함 가운데에서도 학생들의 흥미를 어떻게 형성하고 발달시킬지, 참으로 어려운 숙제가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