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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사장님’으로 변신한 측량 전문가의 ‘인생 2막’ 스토리

LX 춘천지사장 역임한 김정권 대표 RBF엔터테인먼트 설립, 음악실 운영 전속 가수 앨범 ‘공지천 사랑’ 선봬 ‘소양강 처녀’ 이을 대표 곡 꿈 꿔

2024-08-23     권소담 기자

강원대 동문 건너편, 애막골 초입에 자리 잡은 한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니 청춘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붉은 나비를 형상화한 강렬한 포스터와 초록색 방음재가 붙어있는 음악 연습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소년 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이 혈기 넘치는 공간의 주인은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장년의 사나이. 지적 측량 전문가로 일하며 30여 년간 몸담아온 직장에서 퇴직한 후, 예술인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장님’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정권(62) RBF엔터테인먼트 대표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 강원본부장 직무대리 등을 거쳐 춘천지사장으로 퇴직한 그는 2년 전 음악 기획사 RBF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직접 작사한 ‘공지천 사랑’의 저작권을 등록하고, 전속 계약한 가수를 통해 앨범을 발매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음악 이야기를 할 때 가장 가슴이 뛴다는 김정권 대표를 22일 춘천 석사동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춘천지사장으로 퇴직한 이후 기획사를 설립한 김정권 RBF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어린 시절 꿈이었던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최근에 전속 가수의 앨범을 출시했다고요.

"지난달 전속 가수 김지현(19) 씨의 첫 앨범 ‘공지천 사랑’을 공개했습니다. USB 앨범 형태로 제작했고, 유튜브에도 음원을 올려뒀어요. 저는 제작자이자 작사가로 참여했고요. 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을 등록하고, 지역 축제에도 초청받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Q. ‘공지천 사랑’ 노래 제목에서 춘천의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공지천 사랑’은 춘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중장년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곡입니다. 1970~1980년대 공지천은 청춘의 상징이었거든요. 지난 50년간 ‘소양강 처녀’가 춘천을 상징하는 노래였다면, 앞으로는 ‘공지천 사랑’이 그 자리를 물려받는 게 꿈입니다. 공지천은 춘천시민이 위로받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이잖아요. 그런 긍정적인 감정을 이 곡에서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RBF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 김지현 씨의 ‘공지천 사랑’ 앨범을 지난달 출시했다. (사진=RBF엔터테인먼트)

Q. 수록곡인 ‘일상의 행복’은 따뜻한 위안을 줍니다.

"35년간 LX에서 일하면서, 강원지역에선 제가 밟아보지 않은 땅이 없어요. 주말 부부 생활도 오래 해야 했고요. ‘일상의 행복’은 춘천에서 평창으로, 인제로 출퇴근하면서 아내를 떠올리며 느꼈던 감정을 표현한 곡입니다. 아내 최미경(59)은 지금도 국립춘천병원 수간호사로 현직에서 일하고 있어요. 직장에서 퇴직하고 이렇게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내 덕분이라, 감사함과 사랑을 담아 가사를 썼습니다."

Q. 기획사 이름인 RBF는 무슨 뜻인가요.

"열정 가득한 ‘빨간 나비(Red Butter Fly)’에서 따와 회사 이름을 지었어요. 끊임없이 날갯짓하는 나비처럼, 은퇴한 이들도 활발히 움직이며 긍정적인 기운을 전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노후에도 아름답게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Q. 현직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구상했나요.

"퇴직 후 3개월간 무력감에 빠져있었어요. ‘나는 누구인가?’ 같은 존재론적 고민을 했죠. 그러다 어린 시절 꿈이 떠올랐습니다. 1982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록밴드 ‘천국의 이방인’ 멤버 중 두 명이 고교 동창이었어요. 일렉트릭 기타를 치는 친구들은 당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같이 어울리며 통기타를 잡긴 했지만, 고가의 악기는 감히 만져볼 생각도 못 했거든요. 그 기억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기타를 배우고 동호회 활동도 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삼아, 음악 연습실을 운영해보라는 주변의 권유가 많았어요."

 

김정권 RBF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음향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새로운 시작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회사 생활보다 기획사와 음악실을 운영하는 게 100배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조직에 묶여있을 때와는 달리, 야생의 사회는 정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더라고요. ‘수업료’도 많이 내고 우여곡절도 겪었죠. 그럴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려면 진심과 겸손, 예의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Q. 마련하신 연습실 공간은 지역 동호인들에게 개방한다고요.

"이 일을 시작하고 지역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을 많이 만났어요. 춘천의 예술가들에게 ‘놀이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앞으로는 뜻을 함께하는 젊은 음악가들에게도 공간을 개방할 계획이에요. 꿈은 많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청년들은 연습실을 빌리는 것도 부담이잖아요. 우리 세대가 선배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리틀 RBF’가 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려는 거죠."

 

RBF엔터테인먼트가 마련한 음악 연습실 내부. 김정권 대표는 지역 음악 동호인들에게 이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다고요.

"30년 가까이 생활 스포츠로 테니스를 쳐왔어요. ‘소양강배 테니스 대회’를 함께 만들어오기도 했고요. 지역의 선배들이 어떻게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베푸는지를 경험했죠.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국은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온다는 경험을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Q. 앞으로 RBF의 목표가 있다면요.

"춘천은 문화도시이면서 관광도시잖아요. 예술을 즐길 기회가 없었던 소외계층도 RBF가 만드는 공연과 음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이웃들이 삶이 좀 더 아름답고, 화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shubhangiagrawal.com

(확인=윤수용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