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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날, 광화문조명 ‘OFF’⋯춘천 소양2교 ‘ON’

전국에서 160만명 참가한 소등 캠페인 춘천시 소양2교 소등 예고, 지키지 못해 10억원 들여 만든 시설, 프로그램 오류 춘천시 실수 전국에 생중계, 취지 무색

2024-08-27     권소담 기자

춘천시의 야간 경관 시설 관리 부실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지난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전국적인 규모의 에너지 절약 소등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조명을 끄기로 약속했던 소양2교는 춘천시가 용역을 준 업체의 제어 프로그램 오류로 캠페인에 동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춘천시는 당일 에너지의 날 행사 동참을 위해 소양2교 조명을 끄겠다고 예고했으나 프로그램 오류로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 전국에서 160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에너지시민연대 유튜브로 전국 유명 건축물의 소등 현장이 생중계된 상황에서 춘천시가 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긴 셈이다.

이달 22일 국내 랜드마크  20여 곳이 에너지의 날을 맞아 조명을 끄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약속한 오후 9시가 됐지만, 소양2교의 조명은 여전히 켜져있다. (사진=에너지시민연대 유튜브 화면 갈무리)

에너지의 날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에너지시민연대 등 민간에서 주도하는 캠페인이다. 매년 8월 22일 오후 9시부터 5분간 조명을 끄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서울 남산 N서울타워, 광화문 등 국내 지역 랜드마크 20여 곳이 ‘불을 끄고 별을 켜다’를 주제로 소등행사에 동참했다.

그동안 춘천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소규모로 캠페인에 동참해 왔지만, 올해는 춘천YMCA가 적극적으로 주도해 지역사회가 나섰다. 춘천시 기후에너지과,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의 협조로 공공 시설물의 소등행사도 마련했다. 계획대로 당일 오후 9시 춘천시청 청사, 소양강처녀상, 소양2교의 조명이 꺼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양2교는 프로그램 오작동으로 소등에 실패하면서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민간이 주도한 시민 참여 캠페인에, 정작 춘천시가 예산을 투입해 마련한 야간 조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에너지의 날’ 취지가 무색해졌다.

 

춘천시가 9억9000만원을 투입해 마련한 소양2교 미디어파사드 시설. 이달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소등을 약속했으나, 프로그램 오류로 조명이 꺼지지 않았다. (사진=MS TODAY DB)

이번 에너지의 날 캠페인 불참으로, 춘천시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는 소양2교 야간 경관 통제 프로그램의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춘천시는 2021년 사업비 9억9000만원을 투입해 소양2교에 LED 소자 1만개를 사용한 미디어파사드 시설을 설치했다.

캠페인 이튿날에도 오작동이 이어졌다. 행사 당일 소등이 이뤄지지 않자, 춘천시와 해당 용역업체는 “대신 23일 밤 조명을 꺼 동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하루 뒤에도 관리에 이상이 생기면서 약속된 시간에 조명을 끄지 못했다. 춘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캠페인 참여 협조 요청을 받고, 용역업체를 통해 오후 9시부터 조명을 끄기로 했지만, 자동제어 프로그램 오류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오작동 원인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춘천의 한 환경운동가는 “올해 춘천 지역사회에서 처음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마련했는데, 정작 춘천시에서 관리하는 시설에서 조명이 꺼지지 않아 아쉽다”며 “이번 캠페인은 전국적인 규모였던 만큼, 춘천시가 사전에 더 철저히 관리하고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shubhangiagrawal.com

(확인=윤수용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