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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병원 응급실 ‘야간진료 중단’, 앞으로가 문제다

강원대병원, 2일부터 응급실 진료 제한 운영 응급실 찾았다가 진료 못 받고 돌아간 환자들 전문의 충원 어려워 의료공백 당분간 이어질듯 사태 장기화할 경우 인근 병원 쏠림현상 심화

2024-09-03     오현경 기자
지난 2일 오후 9시 30분쯤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 출입구 앞에 성인 응급환자 야간 진료 제한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 야간진료 중단에 따른 지역 의료공백이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등 응급의료 수요가 집중되는 앞으로가 문제다.

의료진 부족 사태로 야간 응급실을 제한 운영하기 시작한 지난 2일 강원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인근 다른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정상진료가 가능한 소아 환자의 보호자들도 의료공백 우려를 표했다.

지난 2일 오후 9시 30분쯤 강원대병원 응급실 앞에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성인 대상 야간진료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내걸렸다.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안내문을 한참 동안 읽고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떴다.

강원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면서 성인 대상 응급환자에 대한 야간진료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강원지역에서 대학병원 응급실이 축소 운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병원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게 한산했다. 보통 야간에는 응급실 문밖까지 대기 환자와 구급차로 북적이곤 했다. 하지만 성인 대상 야간진료가 중단되면서 이날 응급실 대기실에는 단 한 명도 앉아있지 않았다. 119구급차 전용 입구도 닫혀있었다. 응급실 진료가 가능한 만 18세 미만 소아 환자 몇몇만 오갔다.

아이가 40도 넘는 고열에 시달려 응급실을 찾았다는 정모씨는 “평소엔 30팀 넘게 대기했는데 오늘은 10팀 아래로 사람이 없다”며 “소아 진료는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성인 진료까지 응급실 정상화가 이뤄져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일부 성인 환자들은 봐줄 의사가 없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암 진단을 받고 통원 항암치료를 받던 60대 환자가 몸 상태 악화로 급히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2일 오후 10시 30분쯤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응급센터로 구급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강원대병원 응급실 성인 야간진료 중단으로 인근 상급병원도 긴장 상태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응급환자 쏠림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응급환자가 몰리면 응급실뿐만 아니라 배후 진료(응급실 치료 후 진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등 모든 의료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앞에서 만난 김모씨는 “고령인 아버지가 평소 앓는 기저질환이 악화할 때마다 응급실을 종종 찾는데 강원대병원은 진료를 못 본다 해서 이쪽으로 찾아왔다”며 “의료 대란이 남 일이 아닌 게 체감된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소방은 강원대병원 응급실 제한 운영을 미리 파악, 구급 차량을 춘천성심병원과 인성병원 등으로 이송해 환자가 일명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등 혼선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수개월 이어질 것으로 예상,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강원지역 뿐 아니라 전국에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등이 야간 또는 휴일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이밖에 순천향대 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을 검토하는 단계다.

한편 정부는 응급실 인력 마련을 위해 이달 4일부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진료 제한 응급실에 긴급 배치하기로 했다. 또 추석 명절 기간 전·후 기간인 이달 11일부터 25일까지 ‘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shubhangiagrawal.com

(확인=윤수용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