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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산하기관장 첫 인사청문회, ′송곳 검증′ 없었다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후보 청문회 개최 조직 운영·자립 방안·문화 발전 등 거론 송곳 검증 없이 정책 이야기 위주 청문회 시의회 ″제도 정착 위해 노력해나갈 것″

2024-09-04     최민준 기자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후보에 대한 첫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3일 춘천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인사청문회에서는 박종훈 후보자에 대한 직무수행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  재단 경영과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1주일밖에 안되는 검증기간 탓인지 당초 기대했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 힘 4명, 민주당 3명 등 모두 7명의 시의원들이 청문위원으로 2시간반여 질의 응답을 폈으나 '검증'이 아니라 '면접'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날카로운 질문이 없는데다, 후보자가 오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한 원칙적인 답변으로 김빠진 청문회로 일관됐다. 

▶춘천문화재단 운영 개선 방안

후보 청문회에서는 춘천문화재단의 방만 운영 논란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그동안 재단의 총사업비가 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나 자체 수익률이 저조하고 예산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으로 의원들은 포문을 열었다. 

권주상 시의원은 “문화재단 직원이 70명, 출연금이 206억원으로 여전히 조직이 방대하고 경영은 방만해보인다”며 개선 계획을 요구했다.

정경옥 시의원도 “행정감사 등에서 매번 재단 운영에 대한 지적 사항이 발견된다”며 “지난해 행정 조치 14건을 받았고 직원 징계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박종훈 후보자는 “효율적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며 개선의 필요성은 느낀다”면서도 “조직 경영이 방대하고 방만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업비가 206억원이라고 하지만, 춘천시립예술단 운영과 각종 위·수탁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재단 운영비는 90억원에 그친다는 답변이었다.

그는 “효율적인 운영을 중시하지만 직원을 해고하는 방식 등으로 추진할 생각은 없다”며 “직급별 정원을 맞추지 않아 방대한 조직을 만들거나 무분별하게 직급을 허물어 특정 인사를 승진하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춘천시의회가 3일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사진=춘천시의회)

▶재단 자립 방안

문화재단이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갖춰 자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배 시의원은 “춘천문화재단 출연금이 원주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 수익 구조 창출이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시로부터 각종 사업을 위탁 받아 관리하는 등 문화재단이 가진 고유 사업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라며 “시와 협의해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대관 수익료를 늘리는 방식 등으로 문화재단만의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출자나 출연기관이 자립하기 위해선 시로부터 받는 돈을 한 푼이라도 덜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동감한다”면서도 “이사장에 임명되면 협의하겠으나 시가 독립기관을 많이 만드는 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박 후보자는 재정 자립 확보를 위해 대관료나 입장료 등 실질적인 수익을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원회를 운영하는 등 폭넓은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며 “농공업 종사자, 학부모 등 지역 각계각층을 초청해 문화예술 공연을 제공하고 미래의 후원자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사용하고 남은 잉여금을 현행처럼 반납하기보다는 재단 자립금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춘천 문화산업 발전 계획

춘천문화재단을 중심으로 한 지역 문화 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지숙 시의원은 “문화재단이 직접 춘천의 고유한 공연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야한다”며 “10년 이상 명맥을 어렵게 유지하는 젊은 예술인들의 활동과 공연 등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남숙희 시의원은 “춘천에 호응도 없는 축제가 많다”며 “이런 축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해 역점 사업에 집중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외부에서 바라볼 때 춘천을 대표하는 축제가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더 발전이 필요하며 지역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축제 요소를 키워나가야 한다”며 “문화적 요소의 뿌리를 없애기보다 한 사람이라도 일구어 놓은 부분이 있다면 이를 넓혀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960년대는 개나리축제같은 시민 전체가 들썩일 정도의 축제가 있었으나 현재는 다양하지만 산발적인 축제만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박종훈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후보. (사진=춘천시의회)

▶날카로움 떨어졌던 첫 청문회

춘천시에서 열린 첫 인사청문회라는 기대와 달리 강도 높은 질문을 찾을 수 없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 청문회처럼 후보자의 도덕적, 능력적 요소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이 이뤄질 줄 알았는데 논의만 주고받다 끝났다”며 “이미 임명된 이사장과 운영 계획을 논의하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송곳 검증의 칼날을 잡아야 할 국민의 힘(4명)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3명)에 비해 많은데도 무딘 검증이었다는 평이다.   

시의회는 면책 특권 문제로 개인을 향한 강도 높은 검증은 힘들다고 해명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을 맡은 김지숙 시의원(민주)은 “시의원은 국회의원과 달리 면책 특권이 없어 국회 청문회처럼 진행할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세금, 경력 등 필수 사항에 대한 서류는 이미 받아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고 후보자 역시 답변 준비를 많이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행정관료로 지냈고, 정년 퇴직 이후에는 별다른 소득활동없이 공무원연금이 주된 소득원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기초의회에 허용되는 범위에서 조직 운영과 지역 문화 발전에 대한 논의 위주로 진행된 청문회″라며 ″향후 제도 정착을 위해 조례 개정 등 더 많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시의회는 후보자 평가와 적격 여부에 대한 종합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오는 6일 채택한 후 집행부에 송부할 예정이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shubhangiagraw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