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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질환은 위장부터 다스려라

김도경의 동의보감

2024-09-17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진료하다 보면 손가락, 손목, 팔꿈치, 어깨, 무릎, 발목 등 다양한 관절의 통증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다양한 부위만큼이나 병명도 여러 가지인데, 퇴행성 관절염, 손목 터널 증후군, 테니스 엘보우, 오십견, 고 관절증 등입니다.

이 질병들은 주로 노화에 의해 발생하지만, 과도한 운동이나 노동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식당에서 일하시거나 청소 일을 하시는 등 직업상 팔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 여러 가지 관절질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노동이나 운동, 노화로 인한 관절 마모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관절질환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위장기능이 나빠지면 관절질환이 발생하기 쉽고, 발생 후에도 잘 낫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흔히 ‘비위가 약하다’고 할 때 쓰는 ‘비장’이 나쁜 경우입니다.

위장을 보통 밥통이라고 표현하는데, 믹서기로 치면 음식물을 받아주는 본체에 해당합니다. 비장은 믹서기 모터나 맷돌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음식을 갈아주고 삭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비장은 소화뿐 아니라 사지 즉, 팔다리 관절과 연관되는데 이곳을 한의학에서는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고 합니다. 아토피 질환 중에 특히 관절 접히는 곳, 예를 들면 팔꿈치 안쪽, 무릎 뒤 오금 부위에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비장 기능과 연관이 많습니다. 이때 비장에 열을 풀어주면 호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장 기능이 약해지면 관절에 영양 공급이 안 돼 신경, 혈관이 눌리면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르신 중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이 아픈 분들이 많은데, 당장 무릎이 아프니까 무릎에 침을 맞거나 부항을 하고, 물리치료를 받으시곤 합니다. 때에 따라 주사를 맞거나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치료해서 좋아지는 예도 있지만 크게 차도를 보지 못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끝내 수술까지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이런 경우 소화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소화 기능을 바로 잡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손목이나 손가락 관절이 아픈 경우도 비장과 관련된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 55세 여성분이 손목 터널 증후군이라는 병명으로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지만 크게 차도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분의 경우 특징이 입술이 좌우가 기울어져 있어서 소화 기능과 연관된 질문을 드렸더니 소화 기능과 손목 아픈 게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보십니다.

비장 기능이 약해지면 팔다리 관절 주변에 영양 공급이 안 되므로 신경이나 혈관의 눌림 현상이 발생하여 통증이나 저림, 감각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화도 잘 안 되고 특징적으로 식후에 나른하거나 졸리는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입술이 기울어지거나 입가에 침 같은 것이 흐르는 느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간혹 입가에 침이 흐르는 것 같다고 혹시 중풍이 아닐까 걱정되어 방문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역시 비장과 연관됩니다. 어린아이들이 침을 많이 흘리는 것도 비장이 약한 것입니다.

비장 기능을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대표적인 처방은 삼출건비탕, 향사육군자탕, 보비탕 등이 있으며 체질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평소 식후에는 팔다리를 흔들며 15~20분 정도 산책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섭생법이며 야식이나 폭식을 피하고 생것, 날것, 찬 것을 적게 드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