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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 얼굴도 제대로 못 봐요” 명절이 서러운 아파트 경비원

아파트 경비원, 명절 앞두고 업무 과중 명절때 자식, 손주 얼굴도 제대로 못 봐 24시간 교대제 근무환경 개선 요원 “경비원 아닌 ‘관리원’, 주간 근무제로 바꿔야”

2024-09-15     김성권 기자
춘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이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김성권 기자)

 

10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송모(68)씨는 이번 추석에도 경비실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 다른 가족들은 오랜만에 모여 웃음꽃을 피울 때 분리수거장에 쌓인 쓰레기를 정리하고 아파트를 관리해야 한다. 그는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명절 때 가족을 만나러 오는 사람을 볼때면 서글퍼진다.

송씨는 지난 설에도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24시간 격일 교대로 근무하다보니 자식들이 와도 얼굴만 잠깐 볼 뿐이다. 그는 “명절이라고 특별한 게 없고, 연휴가 길든 짧든 똑같은 일상이다. 자식들이나 손주들도 집에서 보는 게 아니라 경비실에 인사하러 올 때 잠깐 만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긴 추석 연휴에 사람들은 고향으로, 여행지로 떠나지만 아파트 경비원들은 자리를 뜰 수 없다. 가족들이 모여 들썩거리는 명절 속에 이뤄지는 노동에 서글픔을 더 커진다. 노동계는 경비원 업무의 특성상 격일근무제보단 주간 근무에 집중하는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명절 기간 경비원들의 노동은 상상 이상이다. 명절 선물 박스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 주민들이 분리하지 않는 것까지 일일이 뒤져 재분류해야 하니 작업량이 평소의 두 배로 는다.

여기에 연휴기간 쓰레기를 수거해가지 않는 통에 쉬는 날이 길 때는 관리가 더 어렵다. 쌓이는 쓰레기 더미에 악취가 나거나 미관상 좋지 않다며 주민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후평동 아파트 단지의 경비원 신모(70)씨는 "아직 연휴 전이지만, 이번주부터 쓰레기와의 전쟁이다. 연휴 때는 배달 음식도 많이 시켜먹는데 먹다 남은 음식을 그대로 버리는 사람도 있어서 처리하는 게 골치 아프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주차 관리는 복병 중의 복병이다. 가족들이 고향으로 오면서 방문 차량 관리 등 입주민 민원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이 부족한 노후 아파트의 경우 가로로 이중주차를 해놓은 차량을 밀었다, 뺐다 하는 통에 몸이 두 배로 힘들다. 경비원들은 외부 방문 차량이 늘면서 생기는 주차난 때문에 자칫 주민과의 마찰이 생길까 우려도 크다고 토로한다.

18년 경력의 한 경비원(74)은 “아직까지도 명절 때만 되면 긴장된다. 쓰레기 정리하는 건 둘째 치고 차량 관리 때문에 주민 항의라도 들어올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경비원으로 일한지 4년 됐다는 박모(66)씨는 “명절 때 차량이 몰릴 때는 우리가 교통정리까지 해야하는데 요즘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나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고 말했다.

명절 때마다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경비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온다. 대부분 고령자인 탓에 건강을 해칠수도 있는 만큼 안정적인 근로가 이뤄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개념에서 벗어나 주간 근무를 중심으로 노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센터 소장(노무사)은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경비원이라기보단 관리원에 가깝기 때문에 감시·단속적 근로자와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격일제 근무보단 주간에만 일하고, 야간은 당직제 개념으로 최소 인원만 운영해야 과다한 근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권 기자 ksk@mstoday.shubhangiagraw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