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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올 추석도 가족 같은 요양원 어르신과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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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특집] “올 추석도 가족 같은 요양원 어르신과 함께해요”

    추석 연휴에도 휴일 없이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식사, 거동, 목욕, 등 “부모님이라고 생각해요”
    최저시급 수준 낮은 처우 개선해야 미래 대비

    • 입력 2024.09.16 00:04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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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방문한 춘천의 한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김씨는 홀로 식사가 어려운 어르신의 식사를 돕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10일 방문한 춘천의 한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김씨는 홀로 식사가 어려운 어르신의 식사를 돕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요양보호사에게 추석 연휴는 없어요. 명절 때는 가족과도 같은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 기간에 오히려 더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요양보호사 김모(61·소양로 2가)씨다. 그는 치매, 중풍 등 중증 질환을 앓는 어르신들을 24시간 돌보는 요양원에 근무 중이다. 주·야간 2교대 근무로 이번 추석 연휴 때도 하루도 쉬지 못한다.

    매일 오전 8시 30분 출근하는 그의 일과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아침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르신, 밤새 편히 주무셨어요?”,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20명이 넘는 어르신들과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난 뒤 침상 정리, 빨래, 청소, 목욕 등 본격적인 업무에 나선다.

    그사이에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부축하거나, 기저귀 교체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면 즉시 출동한다. 어르신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후 점심 식사, 양치질, 신체활동 등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쉴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르신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함께 춤을 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김씨는 “요양보호사가 없다면 이분들은 하루도 생활할 수가 없을 거예요. 추석 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곳에 막상 나와서 어르신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어르신들과 함께 명절을 보낸 지도 수년이 됐으니 서로에게 또 다른 가족이나 다름없죠”라고 말했다.

    추석 기간 요양원은 평소보다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매일 외부 강사 초청으로 진행되는 인지 치료, 신체활동 등 프로그램이 연휴 기간에는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느라 자주 찾지 못했던 가족들은 연휴 때 면회를 하러 온다. 연휴 내 예약은 꽉 찬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면서 외박, 외출은 자제하고 있어 건물 옥상에 마련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바람도 쐰다.

    짧은 시간이나마 가족 면회를 마친 어르신들은 아이처럼 환한 표정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분인데, 면회 후에는 워커(보행 보조기)를 짚고 직접 걸으시더라고요. 평소 이것저것 하자고 해도 협조를 안 해주시던 분들도, 가족을 만나고 나면 옷도 잘 갈아입으시고, 양치도 잘하세요. 손녀 자랑도 빼먹지 않으시고요”라며 미소 지었다. 가족 면회는 그만큼 어르신들을 기쁘게 하고 춤추게 만든다.

    요양보호사 김씨가 한 어르신의 양치질을 돕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요양보호사 김씨가 한 어르신의 양치질을 돕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여러 사정으로 가족들이 면회를 오지 못한 어르신들은 다소 주눅 든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김씨는 “대부분 가족이 잘 찾아오시지만, 오래 못 오시는 경우 마음속으로 신경이 쓰이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걸 겉으로 티 내지는 않지요. 전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대해드려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오래전 건강이 안 좋은 어머니를 직접 보살피다가 이를 계기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요양원에 계신 분들 모두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며 모신다고 한다. 쉬운 일이 아님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저는 어르신을 좋아해요. 그분들을 보면 엄마 생각도 나고, 또 제 미래 모습 같기도 해요”라고 전했다.

    자부심을 느끼며 선택한 직업이지만, 고된 일을 겪으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 휘두른 소변 통에 맞아 온몸에 소변이 튀고, 이유 없이 뺨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은 “선생님 너무 고마워, 오늘 고생 많았지? 내일 또 봐”하며 안아주는 어르신들의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진다고 한다.

    이런 그의 한 가지 바람은 열악한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것이다. 고된 일을 하면서도 요양보호사가 받는 급여는 여전히 최저시급 수준이다.

    김씨는 “돈을 많이 벌려고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이 일을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젊은 분들이 더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가 개선되면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거예요”라고 웃어 보였다.

    오현경 기자 [email protected]

    (획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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