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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는 단골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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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좋아하는 단골환자

    김도경의 동의보감

    • 입력 2024.10.01 00:00
    • 수정 2024.10.04 00:18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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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의원에도 단골이 있습니다. “식당도 아니고 한의원에 단골손님이라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해마다 초여름만 되면 몸이 안 좋아 방문하시는 분도 있고 환절기가 되면 비염이 도져서 오시는 분, 겨울만 되면 손발이 시리다고 방문하시는 분 등등 다양하게 계십니다.

    얼마 전 봄, 가을만 되면 두통으로 방문하시는 단골 환자분이 오셨습니다. 이 환자분 병의 원인은 과한 음주입니다. 방문하실 때마다 술을 줄이시길 당부드리면서 약을 지어드리지만 줄이거나 끊질 못하시나 봅니다. 왜 그렇게 술을 끊질 못하냐고 물어보니 그 이유가 술을 안 마시면 잠을 못 잔다는 것입니다. 진료하다 보면 의외로 잠을 잘 자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의 경우 매일 막걸리 2병은 먹어야 잘 수 있다고 하시는데 만약 한 병만 먹으면 새벽에 깨기 때문에 꼭 2병은 마셔야 한다고 하십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술을 마시고 설령 잠은 잘 잔다 쳐도 장기간 음주 과다로 인해 나타나는 다른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골다공증이 발생해 허리, 다리가 아플 수 있습니다.

    술은 오르는 성질이 있어 머리 쪽 병도 많은데 두통이나 어지러움, 뇌혈관 질환, 즉 중풍이나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이 오른다는 표현을 합니다. 이는 얼굴과 머리로 열이 오르는 것입니다. 열이 오르면 뇌수가 말라 뇌가 위축되므로 치매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을 알코올성 치매라고 하지요. 환자분들이 가끔 필름이 끊긴다는 말을 하는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외에도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증, 백내장, 탈모, 피부병, 안면 마비 등 셀 수 없이 많은 질병이 나타날 수가 있으므로 술로 수면장애를 해결하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봐야겠지요.

    술은 뇌혈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수면장애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과한 음주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은 뇌혈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수면장애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과한 음주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만약 술로 인한 병이 나타나는 경우 한의학에서는 술독을 풀어주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이분처럼 두통이 심한 경우에 두통약을 주는 것이 아니고 술독을 풀어주는 약을 처방하게 됩니다. 음주 과다로 허리가 자주 아프거나 디스크가 발생한 때도 허리 아픈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고 술독을 풀어주는 처방을 우선하게 되는데 이때는 가미대금음자, 갈화해성탕, 가미보중익기탕 등이 대표적인 처방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처방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갈근이라는 약재가 처방에 꼭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갈근은 칡뿌리 말린 것을 말합니다. 칡은 술독을 풀고 술을 깨게 하며 술 마신 다음 날 갈증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평소 어쩔 수 없이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은 칡차를 드시면 어느 정도는 술로 인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술독을 풀어주는 좋은 음식으로 숭채가 있는데 숭채는 배춧국을 말합니다. 굴도 술독을 풀어주는데 음주 후 굴국밥을 드시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우렁이는 술을 깨게 하고 열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으므로 역시 해장국으로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 더 참고하실 사항을 말씀드리면 술을 마시면 열이 올라 진액을 말리게 되므로 다음날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갈증으로 느끼면 시원한 물이나 음료수를 찾게 되는데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찬물을 드시면 술독이 빠지지 못하며 콩팥과 방광에 무리를 주어 부종이나 요통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찬물보다는 미온수, 배즙, 칡차 등으로 갈증을 푸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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