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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피플] “공직자 소명 지켰을 뿐”⋯소양호에 빠진 낚시꾼 구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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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공직자 소명 지켰을 뿐”⋯소양호에 빠진 낚시꾼 구한 공무원

    소양호 빠진 낚시꾼 구한 이학봉 팀장
    휴일에도 사고 소식에 배 몰아 출동
    해양대 나온 선박 전문가
    ″당연히 해야할 일″, 공무원은 봉사와 헌신

    • 입력 2024.01.07 00:04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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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오후 춘천 소양호에서 낚시 중이던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배에 타고 있던 낚시꾼 2명이 모두 물에 빠졌다. 이들은 뒤집힌 배 위에 올라타 구조를 기다렸다. 하지만, 거센 눈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 영하의 추운 날씨로 체온이 계속 떨어지면서 저체온증 위험까지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행정선 한 척이 나타났고, 이들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119보다 더 빠르게 행정선을 몰고온 사람은 춘천 북산면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이학봉(53) 산업경제팀장이었다. 그는 휴일이었지만, 사고 상황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출동했다.

    이 팀장은 북산면의 농업지원이나 식품산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지만, 해양대학교를 나와 배를 운전하고 설계도 할 수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눈발이 날리는 어려운 날씨에도 신속하게 구조가 이뤄졌던 배경이다. 그는 공직생활을 시작하며 전공을 살려 행정선 관리를 도맡았고, 어느새 소양호의 ‘파수꾼’이 됐다.

     

    이학봉(53) 춘천시 북산면 산업경제팀장. (사진=최민준 기자)
    이학봉(53) 춘천시 북산면 산업경제팀장. (사진=최민준 기자)

     

    Q. 어떻게 구조하게 된건가요.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낚시를 하던 두 분이 배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하셨어요. 다행히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 한 분이 119에 구조 요청을 하셨죠. 휴일이긴 했지만, 때마침 제가 업무 때문에 사무실에 있었고, 신고 내용이 제게도 전달됐습니다. 사고 지점에선 제가 제일 가까웠어요. 구조대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행정선을 이용해 주민분과 함께 사고 지점으로 출동했습니다.

    Q.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눈이 오던 상황이라 처음엔 사고 지점을 파악할 수 없었어요. 사고 규모도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 됐고요. 그렇게 몇 분간 수색하다가 뒤집힌 배를 발견했고 사고를 당하신 분들은 그 위에서 구출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후 신속히 구조를 진행했습니다. 구조되신 분들도 제게 연신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셨어요.
     

    이학봉 춘천시 북산면 산업경제팀장이 지난달 30일 소양호에서 배 전복 사고를 당한 이들을 구출하는 모습. (사진=춘천시)
    이학봉 춘천시 북산면 산업경제팀장이 지난달 30일 소양호에서 배 전복 사고를 당한 이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춘천시)

     

    Q. 날씨도 안좋고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을텐데요.

    두 분 모두 온몸이 젖은 상태였어요. 날이 추워 저체온증도 우려됐죠. 다행히 구조됐을 땐 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휴대전화 전파가 터지는 곳이라 구조 요청이 가능했다는 거예요. 소양호가 워낙 동떨어져 있고 넓다 보니 간혹 전화가 안 되는 지점이 있거든요. 천만다행이었습니다.

    Q. 선박조종을 따로 배운건가요. 

    제가 특이하게도 해양대 출신입니다. 해양수산직종에도 오래 근무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배도 잘 알고 운전도 당연히 가능하죠. 지금 소양호에서 운행 중인 행정선 내부 구조도 제가 조선소 측과 논의해 설계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행정선을 이용해 이번처럼 구조 활동이나 여러 지역 업무를 처리하고 있죠.

    더욱이 같은 북산면이지만 조교리나 물로리처럼 호수 건너편에 사시는 분들은 행정 업무를 보려 해도 쉽게 오지 못하세요. 육로로 두 시간 가까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가끔 이장협의회 등 지역 일정이 있을 땐 행정선을 이용해 주민분들의 이동을 돕기도 합니다.

     

    주민 구출에 사용된 행정선. 이학봉 팀장이 설계에 참여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주민 구출에 사용된 행정선. 이학봉 팀장이 설계에 참여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소양호를 지키는 파수꾼이시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직자의 소명일 뿐인데요. 공직자의 소명은 봉사와 헌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구조가 너무 관심을 끈 것 같아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누구였어도 그런 상황에 고민하지 않고 출동했을 겁니다. 저 역시 다시 같은 상황이 생겨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고요.

    Q. 새해부터 따뜻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런 분들이 밝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 행동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밝은 소식이 돼 사람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전달이 됐다면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시민들께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갑진년 새해에는 춘천시민분들 모두 안전에 유의하셔서 사고와 재난이 없는 한 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올해는 모두 좋은 소식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민준 기자 [email protected]]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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