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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소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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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는 소멸되지 않는다

    [MSTODAY 칼럼] 김성권 콘텐츠뉴스국 부국장

    • 입력 2024.09.12 00:00
    • 수정 2024.09.13 02:38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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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언젠가부터 ‘지역’이란 단어에 ‘소멸’이란 용어가 자주 붙어다닌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이든, 지방자치단체의 공문서든 두 단어를 안 쓰면 어색할 정도로 많이 쓰인다.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뉴스에도 ‘지역소멸’이란 용어는 더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소멸(消滅)은 ‘사라져 없어짐’을 뜻한다. 이 말에 강원도라는 지역을 붙여 그대로 해석하면, ‘강원도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그러면 ‘강원도 땅이 꺼진다는 건가?’, ‘아니면 강원도가 멸망하나?’ 정도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렇게 이해하는 어른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소멸이란 표현을 초등학생쯤 되는 어린이들에게 말해주면 어떻게 이해할까.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지구 행성에 있는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는 걸로 이해하진 않을까?, 이것도 틀린 생각은 아니다. 사실 소멸이 현실로 되려면 땅이 꺼질 정도로 큰 지진이 나거나, 화산 폭발이 일어나거나, 영화 속 상상처럼 에베레스트산을 삼켜버릴만한 해일이 일어나 지역이 물 밑에 가라앉아야 한다. 현실에서는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는 게 바로 소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이렇게 사라질 수 있는 소멸위험지역은 130곳으로 무려 57%에 이른다. 강원도는 18개 시군 중 16곳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춘천과 원주 2곳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지구상에서 언젠가 없어질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지역은 소멸되지 않는다. 설사 인구가 다 사라진다 해도 새로운 인구가 들어올 수도 있고, 혹은 주민등록 인구가 ‘0명’이어도 지도상에 지역이라는 존재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지역소멸이란 단어는 적절치 않다. 이 용어는 단지 지역이 소멸될 만큼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쓰는 것인데 표현이 자극적이다. 소멸의 개념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역에서는 더이상 쓰지 말아야 할 단어다. 올바른 표현은 인구 감소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지역소멸 위기’라는 말을 자주 쓰면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 있다. 인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오게끔 해야한다. 그런데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소멸된다는 지역에 오고 싶을까. 강원도에 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 지역이 사라진다는데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지역소멸 위기’라는 표현은 결국 지역의 이미지만 깎아먹을 뿐이다.

    인구 감소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90년대 그렇게 부르짓던 일일생활권은 어느새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다. 더 나아가 반나절은 ‘출퇴근 생활권’으로 더 빠르고, 더 가까워졌다. KTX(고속철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ITX(간선철도) 등 철도만 타면 어디든 금방 이동할 정도로 사는 지역의 개념도 변화했다.

    춘천에 주소지를 둔 사람이 서울에 직장을 다니면 적어도 하루에 10시간은 서울 사람이다. 서울에 주소지를 둔 사람이 춘천에서 직장을 다녀도 마찬가지다. 더이상 주민등록상 인구가 무의미해진 시대가 왔다. 주민등록인구가 ‘0명’이라 해도 생활하는 인구는 1만명, 10만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생활인구 개념은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의 인구감소지역 12개 시군(태백·삼척·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철원·화천·양구·고성·양양)의 생활인구를 조사해봤더니, 주민등록인구는 47만명이었는데 생활인구는 338만명으로 무려 7.4배나 많았다.

    앞으로 지자체는 생활인구라는 개념에 맞춰 인구를 유치하고,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생활하는 인구가 많이 늘었고, 살고싶은 사람이 찾는 도시로 사람들이 오게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가 감소하니 지역에 남아달라’고 절규하거나,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하니 예산좀 많이 주세요’라는 구걸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역소멸, 인구감소의 위기를 생활인구를 증가시키는 기회로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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