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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회관 분수대 조각상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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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회관 분수대 조각상은 어디로 갔을까?

    [MS TODAY 칼럼] 한승미 팀장

    • 입력 2024.08.29 00:00
    • 수정 2024.09.01 21:11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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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춘천의 한 문화예술인은 자신의 SNS에 옛 어린이회관 조각상의 행방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수십 년간 지역 문화계에서 활동한 그는 그동안 궁금했던 조각상을 이제야 발견했다며 뜻밖의 장소에 위치한 조각상 사진을 게재했다. 게시글에는 조각상의 부실한 관리에 놀라워하는 반응들이 잇따랐다.

    문화예술인의 문제 제기에 필자도 KT&G의 춘천 국유지 무단점용 관련 취재를 하던 3개월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 어린이회관에 대한 옛 자료들을 찾는 과정에서 문득 회관 마당의 조각상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졌다. 자유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한 조각상으로 회관의 상징이자 정체성이었던 작품이다.

     

    옛 어린이회관 마당에 위치한 조각상의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하지만 춘천시가 KT&G에 시유지를 매각하고 그 자리에 상상마당 춘천이 들어선 이후 마당에서 사라졌다. 토지를 매각한 춘천시도, 이를 매입한 KT&G도, 분수대와 조각상의 철거 주체나 시점에 대해 알지 못했다. 춘천학연구소가 운영하는 '춘천디지털기록관'도 현재 시설물이 철거돼 위치 확인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조각상은 어디에 있을까.

    시가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상상마당 춘천에 있는 한 건물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각되지 않고 시 소유로 남아있다.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일대를 살펴본 결과 시 소유로 추정되는 화장실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시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에는 포함되지 않아 문이 닫혀있는 등 시민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곳이었다. KT&G는 화장실이 있는 토지는 KT&G 소유인데 건축물대장상 화장실 건물은 시 소유라고 했다. 절차상의 실수로 등기가 누락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KT&G상상마당 춘천 화장실 인근에 옛 어린이회관에 있던 조형물들이 놓여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KT&G상상마당 춘천 화장실 인근에 옛 어린이회관에 있던 조형물들이 놓여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조각상은 뜻밖에 이곳에서 발견됐다. 의암호를 배경으로 어린이회관의 중심이 됐던 조각상은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이 닿지 않는 그늘진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옛날의 위풍당당함은 사라진 채 많이 낡고 벗겨진 모습이었다. 이곳에는 1990년대 만들어진 ‘효도 권장비’도 함께 있었는데, 지역의 역사가 담긴 조형물들의 새 터전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조각상은 춘천미술계는 물론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고 김의웅 작가 작품으로 추정된다. ‘자연성’을 중심으로 한 그의 환경조각 대표작으로 설치장소의 의미까지 더해져 춘천미술사에서도 의미가 크다. 진작 시가 관리해야 했을 작품인 것은 물론이고 춘천시립미술관이 있었다면 관련 연구도 진행됐을 것이다.

     

    어린이회관을 상징하던 조각상이 많이 낡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한승미 기자)
    어린이회관을 상징하던 조각상이 많이 낡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한승미 기자)

    하지만 연구는커녕 작품의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리모델링 업체 폐업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누구도 관리하지 않아 어떤 조각이었는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필자가 설명해준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을 정도다. 추측만 할 뿐 언제 누구에 의해 방치됐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일련의 과정들은 과거 시유지 매각이 얼마나 성급하게 진행됐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매각 시유지를 어린이회관 건립 취지에 맞게 운영해달라는 당부가 얼마나 무용했는지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과거 조각상이 위치했던 잔디마당에는 ‘KT&G상상마당 춘천’이라는 거대한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수년 전 시유지에 무단 설치된 조형물인데 여러모로 조각상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역 예술인들은 ‘화장실 옆 천덕꾸러기’가 된 조각상을 보며 한탄했다.

    “건물도 공간도 자기 역사가 있는데 기억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가치가 외면되는 게 아쉽습니다.”

    한승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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