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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손자 손녀가 올까⋯”할머니의 추석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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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손자 손녀가 올까⋯”할머니의 추석 기다림

    [추석특집] 독거노인의 추석
    연휴 길어질수록 더 고독해
    명절에 자식 만나는 게 기쁨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 감사

    • 입력 2024.09.15 00:04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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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윤노(90) 할머니가 침대에 앉아 취재진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지난 9일 윤노(90) 할머니가 침대에 앉아 취재진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원래부터 외롭게 살아와서 크게 기대하는 것도 없어요.”

    지난 9일 춘천 후평동 한 아파트. 거동이 불편한 윤노(90) 할머니가 침대에 앉아 취재진을 맞이했다. “바쁜 사람들이 뭐하러 환자를 다 찾아 왔어”라는 무심하게 툭 던진 말이었지만, 할머니의 표정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반가움이 묻어났다.

    춘천이 고향이라는 윤 할머니는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7평 남짓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딸과 손주 손녀가 평택에 있는데 바빠서 자주 보지는 못해요. 그래도 명절에는 연락이 오지요”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딸과 손자 손녀들이 명절이면 찾아오지만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은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윤 할머니는 “젊은 시절엔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차례상을 준비하고 가족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가 그리워요”라고 회상했다.

    윤 할머니에게 명절은 연휴가 길어질수록 요양보호사의 빈자리가 커질 뿐이다. 평일이면 하루 3시간 윤 할머니가 딸처럼 생각하는 요양보호사가 찾아온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대신 청소와 간단한 요리를 해서 같이 식사를 한다. 윤 할머니는 “매일 요양보호사 선생님 오는 시간만 기다린다”며 “연휴가 길어지면 그만큼 선생님도 못 보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 더 서글퍼진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손님이 방문한다며 반갑게 맞아주시는 김몽실(87) 할머니. (사진=이종혁 기자)
    오랜만에 손님이 방문한다며 반갑게 맞아주시는 김몽실(87) 할머니. (사진=이종혁 기자)

    윤 할머니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혼자 사는 할머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바로 옆 동에 사는 김몽실(87) 할머니도 홀로 추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오랜만에 손님이 집에 찾아 왔다며 연신 고개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김 할머니 역시 25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과 딸은 경기도로 이사가 자주 찾아오지 못한다.

    이번 추석 김 할머니의 바람은 윤 할머니와 같다. 김 할머니는 “다들 바쁜 걸 아니까 선뜻 얼굴 보러 와달라고 말도 못 한다”고 말했다. 1남2녀를 키웠지만 자식도 그처럼 어느새 늙었고, 손자도 서른이 넘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명절이면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외로움은 더 커진다고 했다.

    김 할머니 역시 오래전 가족들로 북적이던 명절을 회상하며 그리움에 잠겼다. 김 할머니는 “그래도 추석 때 가족들이 다 모여 같이 차례를 지내고 웃고 떠들던 시절이 그립다”며 “이제는 명절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두 할머니처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조금이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은 집 근처 복지관이다. 매일 같이 복지관에서 나눠주는 점심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요양보호사가 유일한 말벗이 돼준다. 김소라 춘천종합사회복지관 팀장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연휴가 길면 더 걱정된다”며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 5일 치 식량을 명절 선물 꾸러미로 만들어 보내드리고,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에도 봉사자분들과 어르신들을 찾아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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