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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②) "소아과 선물해 주세요" 675명 8천만원 모아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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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②) "소아과 선물해 주세요" 675명 8천만원 모아 결실

    [고향 사랑 기부제] 적극 행정 현주소
    일본은 고향납세제로 10조원 모아
    사용 명백히 제시해야 기부 릴레이
    기부자 선택 향상 "질 높은 답례품"

    • 입력 2024.09.19 00:06
    • 수정 2024.09.19 15:59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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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과를 선물해 주세요" 675명이 8000만원 모아

    지난달 27일 전남 곡성군의 옥과보건지소에 소아과 의사 첫 진료가 시작됐다.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 군내 15세 미만 1795명의 어린이들은 그동안 50km가 넘는 1시간 거리의 다른 시군으로 원정 진료를 다녔다. 그래서 곡성군은 고향사랑 ‘지정기부 1호사업’으로 ‘소아과를 선물해 주세요’ 캠페인을 1월부터 시작했다.

    전국에서 675명의 성원이 모여 8000만원을 모았다. 이제는 광주의 한 소아과의사가 매주 화, 금요일 오전에 두 번 출장 진료를 온다. 아이들의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도 절반을 지원한다. 주민들의 기대를 모은 곡성은 지난 7월 25일부터 '소아과 선물 시즌2'도 시작했다. 소아과 전문의가 상주하도록 할 계획으로 2억5000만원을 모으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한달반새 85명이 800만원을 모았다. 졸업 후 5년간 곡성에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시즌 3도 추진할 계획이다. 곡성은 작년에 일반 기부로 3억3050만원을 모았다.

    고향사랑기부제로 기금을 모은 지자체들은 어디에 돈을 쓸 것인지를 놓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명백한 목적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투명하게 기금을 관리하고 실행하면 기부받기가 쉽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6월부터 특정 사업을 설정해 돈을 모으는 '지정기부제'를 도입하면서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작년에 187명이 태어나 합계출산율 1.0명을 기록한 전남 영암군은 ‘영암 맘(mom)안심프로젝트’를 선보였다. 2027년 건립을 목표로 한 공공 산후조리원에 필수 의료기기를 구입하는 프로젝트다. 산후조리원 내의 질병 감염을 막기위한 조치다. 응급조치를 할 저출력 심장충격기같은 의료기기 등 38종을 구입한다는 계획. 6월부터 시작한 이 지정기부 사업은 벌써 목표액 5000만원의 두배가 넘는 1억7323만원을 모았다. 주민 실정에 맞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여기에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성과다.

    서울 은평구는 18세이하 소아암 환자들의 가발을 지원하는 지정기부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0만원이 목표이지만 벌써 1098만원을 모았다. 2000원부터 10만원까지 현재 157명이 참여했다.울산 동구는 ‘청년들에게 집을’이란 구호아래 3개년 계획으로 모금을 추진 중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는 청년 공유주택 사업이다. 2026년말까지 매년 2억원을 목표로 설정해 올해 현재 2000만원(71명 참여)을 모았다. 1000원부터 100만원, 230만원, 300만원의 거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와달리 양구의 '벌꿀 살리기 사업'은 1억원 목표에 고작 10명이 참여해 126만원 모금에 그쳤다. 지원 대상이 사회적 약자 등이 아닌 특정 직업군 대상으로 했기때문이라는 평이다. 보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를 도입했지만, 강원 지자체 가운데 이를 활용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1일 기준 지정기부 모금 중인 전국 지자체 현황. (사진=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가 지난 2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를 도입했지만, 강원 지자체 가운데 이를 활용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1일 기준 지정기부 모금 중인 전국 지자체 현황. (사진=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 갈무리)

    ▶"질높은 답례품보고 기부처 결정한다" 

    지자체 간 기부금 유치를 위한 답례품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고향 납세제가 답례품 중심으로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낼 기부금이 같다면, 더 답례품이 좋은 지역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특산물부터 관광 상품까지 전국 답례품은 약 1만여 건이고, 강원도에도 약 1200건이 등록됐다. 단연 지역사랑 상품권이 인기다. 지난해 강원도 본청의 경우 답례품으로 제공한 4건중의 한 건이 강원상품권이었다. 필요에 따라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지역 특산물에 눈을 덜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강원권 답례품은 속초시 ‘닭강정 순살 2마리’이다. 1447개가 팔려 4341만원의 실적을 올려 전국 3위를 기록했다. 강릉시 ‘강원산돈 돼지고기 선물세트’는 4095만원(1365개)의 매출을 올려 전국 4위였다. 춘천시 ‘춘천 닭갈비’는 3222만원(1074건)으로 전국 9위에 올랐다.

    전국 1위는 전북 장수군 ‘사과’(판매량 2088건, 판매액 6264만원)였고, 2위는 1692건을 판매한 제주도의 ‘귤로장생 고당도 노지감귤’이었다.

    전남 지역 일부에서는 답례품의 가격을 10~30% 할인한 금액으로 매겨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답례품을 받지 말고 재기부하도록 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각 지자체는 답례품 심의위원회에서 답례품을 선정하고, 포장의 질도높이고, 위생감시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기부자가 기부 지역을 찾게 만드는 이색 답례품도 눈에 띈다.

    강원도는 올해 추가 답례품으로 강원FC 홈경기 입장권(2매), 스팀이동세차 할인권 등을 포함했다. 춘천시와 속초시는 각각 레고랜드 입장권, 서핑 강습권을 선정했다. 고성군은 출향인들을 겨냥해 벌초 대행서비스도 내놨다. 

    하지만 양구의 '벌꿀 살리기 사업'은 1억원 목표에 고작 10명이 참여해 126만원 모금에 그쳤다. 지원 대상이 사회적 약자 등이 아닌 직업군 대상으로 하는 것은 모금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일본은 고향납세제 어떻게 성공했나

    한국 고향사랑기부제와 일본 고향납세제 비교. (그래픽=박지영 기자)
    한국 고향사랑기부제와 일본 고향납세제 비교. (그래픽=박지영 기자)

    고향사랑기부제는 2008년 시작된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해 도입했다. 2008년 모금 건수 5만4000건, 모금액 729억원(81억엔)에서 시작한 일본은 16년째인 작년에 모금액이 10조원(1조1175억엔)을 넘어섰다.

    작년에 첫발을 뗀 우리나라 모금액은 650억원이다. 우리는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16년간의 성공과 실패 과정을 지켜보았기에 일본의 사례를 지침삼아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과 비슷한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은 고향납세라는 세금이고, 우리는 기부금제도로 운용한다. 더욱이 우리는 일본에 비해 규제가 심하고, 기부자 혜택은 적다는 평이다. 한국은 기부액 10만원까지 세액을 전액 공제하고 초과분부터는 16.5%의 공제율을 적용한다. 반면, 일본은 2000엔(약 1만9000원)을 초과하는 기부금은 소득에 따라 전액 세액공제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10만원짜리 기부가 전체의 83%였다. 세액공제 혜택 한도가 10만원인만큼 기부액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기업이나 단체가 참여하는 법인 기부가 제한되지만, 일본은 가능하다. 일본은 법인에겐 답례품은 안 주지만, 법인세는 90%까지 경감된다.

    또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안착한 요인 중 하나로 민간플랫폼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현재 행안부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에서만 기부할 수 있다. 일본은 40여개의 민간플랫폼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온라인 쇼핑몰까지 열어 제도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도 처음부터 고향납세제가 순항한 것은 아니다. 제도 시행 초기 문제점이 많았지만, 2014년부터 각종 규제를 풀고 기부 한도와 혜택을 늘리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으는 지자체는 1년 예산의 40%에 달하는 금액에 달한다. 인구가 2만명가량인 몬베츠시는 2020년 예산이 4037억원(일반회계 기준)였는데, 1530억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4억원을 모금한 속초시는 작년 예산의 0.9%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1위를 한 전남 담양군조차 4%(22억원)수준에 그친다.

    그래서 우리도 세액공제를 해주는 액수를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야 지자체 예산의 10%까지 기부금을 모을 수 있어 복지나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강원지역 고향사랑기금 사업 내역.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지역 고향사랑기금 사업 내역. (그래픽=박지영 기자)

    <끝>

    진광찬 기자 [email protected]

    (확인=김동섭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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