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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시내버스 기사들 "1장으로 4일 버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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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시내버스 기사들 "1장으로 4일 버텨요"

    • 입력 2020.03.24 00:00
    • 수정 2020.06.03 15:26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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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민버스 기사 이경주씨가 출차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김지훈 기자
    춘천시민버스 기사 이원식 씨가 출차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김지훈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지만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시민의 발' 시내버스 기사들이 마스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3일 오전 춘천 동면 장학리 시내버스 차고지. 춘천시민버스 기사 이원식씨가 승차 준비를 하면서 햇빛에 말려놨던 마스크를 털어서 착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걱정되지만 운전대를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운행 중 착용할 마스크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씨는 "대체로 2시간30분에 한 번씩 운행을 마치고 4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지만 마스크 구매는 꿈도 꾸기 어렵다"며 "주어진 시간 내에 가스충전과 차량정비, 식사 등 운행에 필요한 필수적인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구매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며 "비번 일을 5부제에 맞출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춘천에서 운행되고 있는 시내버스는 105대, 운전기사는 250여명 정도다. 한 달에 15~16일 근무하며 하루에 16시간 운행한다. 사측에서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마스크는 한 달에 두 번 1매씩 지급한 것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수량이 부족해 지급 받지 못한 운전기사도 있었다.

    하루 16시간을 버스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맞이해야 하는 기사들에게 일주일에 2장의 마스크는 턱없이 부족하다. 만약 버스기사가 코로나 19에 확진되거나 접촉했다면 버스를 탔던 전 승객을 전수조사하거나 동료 기사, 회사 직원들의 동선파악 등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이동수단 자체가 마비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차고지에서 출차 준비 중인 춘천시내버스. 운행을 멈출 수 없는 버스기사들은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사진/ 김지훈 기자
    차고지에서 출차 준비 중인 춘천시내버스. 운행을 멈출 수 없는 버스기사들은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사진/ 김지훈 기자

    이날 또 다른 승무원은 "마스크 한 장으로 4일을 버틴 적도 있다"면서 "그마저도 아끼기 위해 버스 내에서만 착용하고 휴식 시간에는 마스크를 벗어 햇빛에 말렸다"고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수시로 사측에 마스크 지급을 요청했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중교통에서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없다 보니 시에서 관리가 소홀한 게 아닌가 싶다"며 "시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닌 예방을 위해 운전기사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MS투데이 윤왕근·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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