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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름실과 학곡리 그리고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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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름실과 학곡리 그리고 춘천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 입력 2024.07.04 00:00
    • 수정 2024.07.04 21:58
    • 기자명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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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지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양하여 지형, 문화 등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어떠한 의미를 상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붙여진 지명도 있다. 처음에는 순우리말 지명이 전해져 오다가 고대 사회에 한자로 뜻을 빌어와 표현하거나 음만을 빌어 표현하면서, 8세기 중엽인 신라 경덕왕 때에 이르러 현재까지 불리고 있는 시군 읍면동의 지명이 만들어졌다.

    춘천 지명도 오근내(5세기경) - 우수주(637년) - 수약주(673년) - 삭주(757년) - (광해주) – 춘주(940년)로 변경됐는데, 757년 삭주로 변경된 때가 경덕왕 16년이다. 삭주가 춘주 또는 춘천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대체로 삭(朔) 자에는 근본(根本), 순수, 태초, 처음, 시작, 진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 봄은 농사가 처음 시작되는 계절이자 계절의 우두머리이다. 여기에 고려의 수도인 개경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정동(正東) 방향에 있었으며, 역시 계절은 봄에 해당한다. 이러한 연유로 봄을 뜻하는 춘(春) 자를 쓰게 되었으리라 추측된다. 

    전국에 복수로 존재하는 동음 지명이 다수 존재하는데, 춘천에 학곡리란 지명도 그 가운데 하나로 동내면과 동면에 있다. 행정지명으로 학곡리는 춘천 동내면 학곡리를 비롯해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횡성군 횡성읍 학곡리,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학곡리,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 학곡리,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학곡리,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곡리 등에 존재한다.

    춘천 동면 소재 학곡리는 장항리와 합쳐져 장학리로 녹아들었고, 동면 학곡리는 하일이란 지명으로 대체되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다. 하일은 노루목마을인 장항리(獐項里)를 기준으로 봤을 때 아래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루목은 노루 장(獐)과 목 항(項)을 한자로 쓴 장항을 가리키는 우리말 지명이다. 장항리는 마을 모양이 노루목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동내면 학곡리는 금병산 동측 줄기로부터 안마산 동쪽 사면에 둘러쳐져 있다. 동내면 학곡리는 두름실 또는 두음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두름실은 어떠한 것에 의해 둘러쳐졌다는 뜻의 두름에 마을을 뜻하는 실이 합쳐져 만들어진 우리말 지명이다.

    학곡리는 두루미를 뜻하는 학(鶴)에 마을을 뜻하는 곡(谷) 자가 합쳐져 생성된 한자 지명이다. 물론 전국에 분포하는 학곡리 중에 두루미와 관련하여 붙여진 지명이 있기는 하지만, 동면의 학곡리나 동내면의 학곡리에는 학 관련한 이야기가 전하지 않는다. 동면 학곡리 인근 마을인 만천리에는 한때 수천 마리의 학이 집단 서식하여 전국적 유명세로 국정 교과서에 실리며 지금까지 학마을로 전해지고 있다.

    동면 학곡리 또한 동내면 학곡리처럼 소양강을 앞으로 하여 내다리산에서 시작된 능선이 한림성심대 대운동장에 이르기까지 포물선 형태로 둘러쳐져 있다. 두 학곡리 모두는 산의 능선이 마을을 두르고 있는 생김새를 반영해 두름실이라 불렀다.

    그러나 한자로 표기되면서 둘러쳐져 있다는 두름의 음과 유사한 두루미로 의미가 확대되면서 두루미의 한자인 학(鶴)자와 마을을 뜻하는 골 곡(谷) 자가 결합하여 학곡리로 표기되었다. 칠전동과 의암리의 경계를 이루는 드름산의 지명도 의암리를 폭 감싸 두르고 있는 모양에 착안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춘천 학곡리 두 곳의 지명유래에 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지형의 생김새에 따라 지명이 붙여졌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또한 두 마을이 능선이나 산에 둘려져 있기에 마을 기운이 안온하며 공동의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높은 마을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레 만들어졌으리라 여겨진다.

    마을의 안온하고 높은 공동체 의식은 풍수지리의 관점에서도 이해되고 해석된다. 동면 학곡리 앞으로는 소양강이 흐르고 동내면 학곡리 앞으로는 대룡산에서 흘러내린 여러 개천이 모여 공지천이 시작된다. 춘천 어디인들 사람 살기에 좋지 않으랴마는, 두 마을 모두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면모를 갖춰 사람 살기 좋은 길지 가운데 길지라 하겠다. 

    ■ 허준구 필진 소개
    -전 춘천학연구소장
    -강원도 지명위원회 위원
    -춘천시 교육도시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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