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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여행기] 이슬람의 흔적이 가득한 유럽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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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이슬람의 흔적이 가득한 유럽 도시

    • 입력 2024.08.16 00:00
    • 수정 2024.08.19 22:58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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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은 20대의 저에게 등대와도 같았던 파울로 코엘루의 소설 ‘연금술사’의 배경이 되는 곳입니다. 2018년 여름 바르셀로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로 향했습니다. 바르셀로나 공항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그라나다 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건조한 사막의 기운이 호흡을 통해 느껴지는 듯합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있는 그라나다는 과거 스페인이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었을 때 중심이 되었던 도시입니다. 700년이나 이슬람에 지배를 받았던 그라나다에는 이슬람 문화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기타 연주로도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이 우뚝 솟아 도시를 바라보고 있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알바이신 지구는 이슬람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빽빽하게 들어선 황톳빛 건물들 사이로 좁디좁은 골목이 인상적입니다.

    그라나다가 여행자에게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물가가 무척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물가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이고, 과일이나 고기와 같은 식재료는 이보다 더 저렴합니다. 맥주와 2리터짜리 생수를 한 병 샀는데 1유로를 넘지 않는 계산서를 받아들고는 ‘이 곳이 괜히 여행자의 천국은 아니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스텔에 도착하니 웰컴 드링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호스텔 직원이 레드와인에 과일을 넣어 달콤하게 숙성시킨 샹그리아를 병째로 여행자의 입에 따라주는 것입니다. 일종의 새로 도착한 여행객들을 위한 이벤트로, 샹그리아가 담긴 유리병에서 나온 ‘술 줄기’가 점점 기다랗게 여행객 쪽으로 이어질수록 숙소 직원들과 나머지 여행객들이 손뼉을 쳐줍니다.

    옆에서 손뼉 치던 칠레에서 온 여행자들이 함께 알바이신 투어를 가자고 합니다. 입가에 묻은 샹그리아를 닦아내며 아직 짐을 다 풀지도 않은 채로 ‘오케이 고!’를 외쳤습니다. 서로 다른 호스텔에서 온 20여명의 여행자들과 함께 좁은 그라나다의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을 후, 알바이신 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언덕으로 향했다. 사진=강이석
    알함브라 궁전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을 후, 알바이신 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언덕으로 향했다. 사진=강이석

    알함브라 궁전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을 후, 알바이신 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어느새 석양은 주황빛에서 붉은색으로 천천히 변하고 있었고, 알함브라 궁전과 그라나다 도시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에서 역사를 전공한 네덜란드 출신 가이드와 지리를 전공한 한국인 교사는 한때 이슬람 군대가 지배했던 건조한 도시를 바라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여행자들도 우리 옆으로 모여들었고, 그라나다의 노을을 배경으로 함께 셀피를 찍으며 투어를 마무리했습니다.

    투어를 하면서 친해진 여행자들 몇 명이 함께 다시 알바이신 지구로 향했습니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불빛이 좁은 골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라틴풍의 신나는 음악과 사람들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그라나다는 타파스가 유명합니다. 타파스(Tapas)는 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을 이르는 말인데, 좋은 점은 술을 한 잔 시키면 계속 새로운 타파스가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술 한잔이 비싸야 3유로 정도밖에 하지 않아서 그라나다 타파스 골목은 술과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과도 같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경쾌한 라틴 음악, 풍족한 술과 타파스, 그리고 행복한 여행자들의 웃음소리가 신비롭게 어우러지는 멋진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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