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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여행기] 이베리아반도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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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이베리아반도의 끝자락

    • 입력 2024.08.30 00:00
    • 수정 2024.08.30 14:55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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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2017년 어느 겨울밤, 우연히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서유럽의 도시 런던, 파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남부 유럽 포르투갈의 도시 리스본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언젠가 반드시 리스본을 가야지’라고 마음먹었습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8년 여름, 배낭을 메고 이베리아반도의 서쪽 끝자락 포르투갈로 향했습니다.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입니다. 유럽에서도 역사가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리스본은 언 듯 보면 바다처럼 보일 정도로 드넓은 테주강(Rio Tejo)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에 있는 항구 도시입니다. 포르투갈의 전성기인 15세기 대항해 시대에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였으나, 1755년 발생한 리스본 대지진으로 화재, 해일과 같은 막대한 피해로 시가지의 3분의 2가 파괴되었고, 이 때문에 다른 유럽 도시보다 남아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은 적은 편입니다.

    저는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코메르시우는 상업을 뜻하는데, 과거에 테주강 연안부두를 통해 무역하던 상인들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드넓은 광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호객꾼과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 그리고 대서양의 따사로운 바람이 저를 맞이합니다. 짙푸른 대서양을 바라보며 과거 저 바다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떠난 탐험가들의 마음이 되어 봅니다.

    리스본에서는 트램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황색 트램이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는 리스본 곳곳을 누빕니다. 저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트램을 타고, 목적지도 없이 창밖 리스본의 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그러다 리스본의 야경이 잘 보일 것 같은 곳에서 내렸습니다. 다행히도 이곳은 리스본 야경 명소였네요. 상 조르제 성(Castelo de São Jorge)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맥주 한잔과 감자튀김을 시켰습니다. 그곳에 앉아 노을이 지면서 서서히 바뀌는 하늘빛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노을을 즐기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습니다.

     

    리스본에서는 트램을 빼놓을 수 없다. 주황색 트램이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는 리스본 곳곳을 누빈다. 사진=강이석
    리스본에서는 트램을 빼놓을 수 없다. 주황색 트램이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는 리스본 곳곳을 누빈다. 사진=강이석

    다음날 리스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제가 신청한 투어는 특이하게도 먼저 가이드비를 내는 것이 아니라 투어가 끝난 후 ‘만족한 만큼’ 돈을 내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가이드 안토니오는 10개 국어에 능통했고,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덕분에 과거 리스본 대지진부터 현재의 리스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풍부한 지식을 곁들여 해설해 줬습니다. 또 애주가였던 그는 투어가 끝난 후, 투어 신청자들에게 광장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함께 술을 마시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흔쾌히 그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렇게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은 초저녁부터 늦은 저녁까지 각자의 연애, 결혼, 그리고 인생 이야기들을 펼쳤습니다.

    사실 여행이란 게 반드시 유명한 장소에 들러 유명한 것들을 보는 것만은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현지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놀고 쉬는 곳에서 현지인들처럼 지내는 것이 진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날 밤, 리스본의 척척박사 가이드 안토니오와 페루, 프랑스,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그리고 한국에서 온 저 이렇게 여섯 명은 국적, 나이, 직업은 모두 달랐지만, 서로의 여행을 이야기하며 또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 여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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