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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도 못 보고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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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물도 못 보고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야 한다니

    [MS TODAY 칼럼] 권소담 경제팀 기자

    • 입력 2024.08.15 00:00
    • 수정 2024.08.22 08:01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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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학곡지구의 한 신축 아파트를 두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다음 달 진행되는 사전점검에서 시공사가 하자 점검 전문가 등 외부인 출입을 금지해서다.

    시공사의 고압적인 자세도 논란이 됐다. “불법적으로 계약자와 외부인이 동반 입장하면 AS 처리가 안 될 수 있다”고 언급한 사전방문 안내에 예비 입주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본지가 외부 업체 출입을 통제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답변을 요구했지만, 해당 시공사는 “답변할 의무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올해 춘천에서 입주하는 100가구 미만 소형 단지 역시 사전방문 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니, 이런 상황이 전반적인 추세로 자리 잡을 모양이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건설과 관련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주택 시장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커졌기에, 지금 춘천이 겪고 있는 입주민과 시공사 사이 갈등이 더 크게 다가온다.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와 인천 ‘순살 아파트’ 논란 등 안전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틈을 타고 하자 점검 수요가 확대됐지만, 관련 법률과 현장의 관행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도 이해는 된다. 하자 전문 업체는 ‘돈값’을 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하자까지 잡아내는 경우가 많고, 이를 전달받은 수분양자가 보수를 요구할 경우 시공사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학곡지구의 한 아파트 전경. (사진=MS TODAY DB)
    학곡지구의 한 아파트 전경. (사진=MS TODAY DB)

    이쯤에서 아파트 분양 구조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문제는 견본주택만 보고 아파트를 계약해야 하는 ‘선분양’ 방식에서 출발했다. 입주까지 각종 변수가 생기면,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의 품질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함이 번졌다.

    건설사들은 적은 자금으로 주택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선분양을 선호해왔다. 시공사는 분양 과정에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통해 공사비용을 조달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분양과 실제 입주 사이 수년의 간격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최근 몇 년간 원자재 시장이 출렁인 것처럼, 각종 비용이 급등하기라도 한다면 건설사들은 ‘최소한의 비용, 최대한의 효율’을 얻기 위한 자구책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하자 보수 지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건설사가 고를 법한 선택지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글로벌 질서 속에서 국내 주택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철근 가격 급등, 미국 기준금리 등 외부 요소는 각각의 경제 주체들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이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후분양’을 활성화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후분양은 전체 공정 중 일정 비율 이상 진행된 시점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실물을 확인하고 계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설사 역시 준공까지 남은 기간이 적어 입주 날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시공을 하지 않아도 된다.

    춘천에서 처음 후분양으로 공급한 우두동 파크에뷰의 경우 초기 분양률이 저조했지만, ‘하자가 없고 마감 품질이 좋은 아파트’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완판됐다. 호평을 받은 이 단지는 실거주 수요가 꾸준해, 시세 역시 점점 오르는 추세다.

    우리는 그동안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실물도 확인하지 않고 구매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후분양을 위해선 물론 건설사가 공사 대금 마련을 위한 현금을 확보해야 하고, 미분양 부담도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착된 선분양 제도가, ‘내 집 마련’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이웃이 오늘도, 내일도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길 소망한다.

    권소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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