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바카라


세계적 축제에 끼워팔기?⋯문체부 ‘K팝 뿌리기’ 그만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세계적 축제에 끼워팔기?⋯문체부 ‘K팝 뿌리기’ 그만

    [칼럼] 한승미 문화예술팀장

    • 입력 2024.06.20 00:00
    • 기자명 한승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월 레고랜드 주차장의 한 공간. 100여 명 남짓의 인원이 모여 작은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춘천마임축제의 클라이맥스인 ‘불의도시;도깨비난장’이 열리는 날로 행사장이 인접해 연계 행사로 보였지만 아니었다. 이날은 또 전국 최대 규모로 치러진 ‘2024 문화도시 박람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람회와도 연관이 없었다. 

    행사의 정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마련한 ‘K팝 플레이그라운드’였다. 춘천마임축제를 시작으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서울 코리아 뷰티 페스티벌, 대구치맥페스티벌, 보령머드축제 등 국내 지역 유명 축제 및 주요 관광지와 연계해 열린다.

    정부 주최 행사였지만 무대는 규모에 비해 초라했고 행사도 매끄럽지 못했다. 행사가 한창이던 오후 5시 10분 기준 참가 등록자 수는 140명.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댄스학원 위주로 단체 접수했다. 반면 춘천시민들은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임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무작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랜덤 플레이 댄스’ 때는 아이들이 몰려 여러 차례 행사가 중단되는 등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행사가 열리기 얼마 전, 춘천마임축제는 문체부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축제 개막 난장인 ‘물의도시;아!水라장’에서 K팝 플레이그라운드를 열겠다는 것.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축제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돌연 ‘불의도시;도깨비난장’으로 행사장과 날짜를 바꾸겠다는 연락이 왔다. 축제 측은 에둘러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춘천마임축제는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로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손꼽힌다. 이들이 30여 년간 ‘마임’ 특화 축제를 열어온 이유는 자신들만의 장르와 가치를 고수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모여 몸짓의 향연을 이루는 도깨비난장에 K팝 행사를 들여올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많은 축제 안에서도 엄연히 장르의 구분이 있다. 마임과 K팝은 어떠한 연관성도 없지만 플레이그라운드는 마임축제와 함께 열린 것처럼 홍보했다. 수십 년간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온 이들 축제 명성에 편승하려는 시도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주차장에서 열린 ‘K팝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주차장에서 열린 ‘K팝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복수의 관계자들은 일련의 일들이 문체부 장관의 동선과 일정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플레이그라운드 행사장에 방문해 춤을 췄고 이날 오후 마임축제 행사장 무대에 올랐다.

    올해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 10년을 맞는 해다.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으로 춘천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서 법 제정 이후 성과와 과제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번 일은 오히려 지역문화진흥법 취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화행정은 문화 마인드가 부족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실정”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로 제기된 주장 중 하나였지만 10년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이다. 지역 문화계는 이번 일이 “지역 입장에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지역 고유의 문화예술 가치가 훼손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중에게 문화예술축제와 일반 축제 간 차이는 생소할 수 있지만 문화예술 최고 행정기관이 이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분야별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그에 맞는 지원을 마련하고 특화된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10년, 지역문화 진흥이 정치논리가 아닌 문화논리로 수립되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