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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말벗이자 든든한 이웃이 되는 ‘통계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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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의 말벗이자 든든한 이웃이 되는 ‘통계조사원’

    • 입력 2024.09.14 00:02
    • 기자명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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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은 조금만 드시고 식사는 꼭 챙겨드세요”

    “얼른 앉아, 밥해줄 테니 먹고 가”

    “집에 가 가족들이랑 먹어, 상추가 달고 맛있어”

    갈 곳은 많지만 반기는 이가 없는 사회조사원과 홀로 생활하거나 이웃이 없는 농어촌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어르신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지만 때론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이나 왕래가 적은 이웃보다 더 소중한 인연이 되기도 한다.

    강원지방통계지청은 가구의 생활수준과 지출, 소득 등을 파악해 주택과 고용, 복지정책 수립 등이 활용하기 위해 매월 도내 70개 조사구 388가구를 대상으로 가계동향 조사를 한다. 정확한 통계 자료를 만들기 위해 14명의 구성원은 매월 2~4회 정도 표본조사 가구를 방문한다. 

    사명감을 갖고 찾아가는 조사원이지만 대부분은 초인종을 누름과 동시에 많은 ‘거절’을 경함한다. 문을 여는 데 성공하더라고 낯선 조사원이 가계 소득과 주요 지출 등을 묻는 모습에 경계의 눈초리를 하고 대답을 꺼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라고 말하는 어르신들도 있다.    

     

    강원지방통계지청 통계조사원들은 매월 2~4회 표본조사 가구를 방문한다. (사진=강원지방통계지청)
    강원지방통계지청 통계조사원들은 매월 2~4회 표본조사 가구를 방문한다. (사진=강원지방통계지청)

    강원지역 표본조사가구 중 농어촌지역은 절반 이상이 고령 인구다.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도 많아 조사원의 첫 만남은 대부분 어색하고 무뚝뚝한 분위기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조사를 위한 만남이 이어지면 금세 마음의 벽은 허물어진다.

    빗장을 푼 어르신들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자식과의 관계, 건강 상태까지 털어놓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하고도 아쉬워 ‘다음엔 언제 오냐’고 먼저 묻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를 나누고 말을 들어줄 상대가 필요한 것이다. 

    서로 간 신뢰와 따뜻한 정이 쌓이면서 조사에 대한 정확성은 물론 어르신들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과 즐거움이 더해진다.

     

    통계조사원은 주기적으로 방문해 어르신들의 말벗과 교통 편의 등 민원 해결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한다. (사진=강원지방통계지청) 
    통계조사원은 주기적으로 방문해 어르신들의 말벗과 교통 편의 등 민원 해결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한다. (사진=강원지방통계지청) 

    복지 혜택이 닿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작은 희망도 선물한다. 

    강원지방통계지청 통계조사원 A씨는 첫 현장 조사에서 홀로 생활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자식이 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할머니는 20만원 남짓한 기초연금이 생활비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조사원이 가면 손수 밥을 지어주며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에는 인정이 넘쳤다. 의무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이 안되는 할머니를 위해 추석맞이 어려운 이웃 돕기를 신청해 성금을 받아 전달했다. 추석 차례를 지낼 돈이 없어 막막했던 할머니는 “이 은혜를 어떻게 갚나”라며 고마워 했고, 그 경험은 조사원으로서의 보람과 긍지로 남았다.  

    통계조사원은 수천명을 대표하는 표본조사를 위해 지역사회 곳곳을 다니며 나홀로 시대에 어르신들의 사회적 연결고리 역할도 하는 것이다. 

    박문봉 강원지방통계지청 경제사회조사과 가계통계팀장은 “정확한 기준을 통한 올바른 정책 수립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통계조사는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사회를 바꾸는 시적점에 선 통계조사원에게 조금 더 친절한 관심으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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