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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보유국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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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보유국이라니

    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 입력 2024.10.18 00:00
    • 기자명 최삼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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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 작가
    최삼경 작가

    며칠 전, 대한민국의 문단에는 커다란 경사가 있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다. 여기저기 관련 소식들이 쏟아지지만 한동안 더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그만큼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지성이 인류적 인정을 받는 것이기도 하고 조금 과장하자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후, 한글이 고급언어로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물론 번역의 문제는 여전 남아있지만). 덕분에 우리는 ‘원서’로 노벨문학상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됐다.

    1901년 노벨상이 시작된 이래 두 번째 노벨상이지만 노벨평화상을 정치적이라고 본다면, 이제야 제대로 된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들 알고 있듯이 노벨상은 인류의 발전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그동안  평화, 문학,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경제학상은 1969년 추가)의 6개 부문에 시상이 이어지고 있는 인류 최고 권위의 상이다.

    그동안 과학 분야 등 몇 번의 하마평에 올랐지만 번번이 미역국을 먹곤 했다. 반면에 이웃한 일본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외국 국적자 등을 합치면, 노벨문학상 3번을 비롯해 과학 분야 등등을 해서 2024년 현재 32명에 이르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도 아시아권의 최다 수상국이다.

    이 현상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대체로 기초과학, 기초학문이 튼튼한 이유라 분석한다. 당연하게도 ‘기초’는 당장 보이는 성과도 없고, 초기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비용 대비 성과를 따지는 ‘가성비’라는 말이 요사이 한국의 정신을 대변해 준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땅도 규모도 없으니 지식과 창의성을 키우는 인재강국이 관건이라 교육이 백년대계라 하면서도 실상은 기초 학문에 대한 투자를 점점 줄여왔다. 기초를 연구하고 전공하는 학생들도 계속 줄었다. 가성비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그 결과가 딱 지금, 일본과의 차이라고 한다면 좀 거친 축약이 되는 걸까? 그렇지만 기초학문을 육성하자라는 고색창연이나 비분강개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가성비 사회가 지나치게 천박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무어든 돈으로 연결하고, 돈이 바보 취급을 한다. 그러니 ‘그냥 마음’은 갈 곳이 없고 세상은 마른 수건을 짜는 것처럼 빡빡해진다. 이는 또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서로의 발목을 잡는다. 여유도 낭만도 없다. 바보라고 쏘아 올린 공이 온 동네를 바보로 만든다. 정작 세상은 그렇지 않은데 방송과 언론, 자본과 권력이 서로 나서 시너지로 왜곡시킨다. 이리하여 세상은 ‘돈 포르노’의 도가니가 된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보질 않고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기야 돈 때문에 나라를 팔고, 돈 때문에 애국지사를 판 역사가 그대로 이어지고, 그 후손들은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이번 노벨상은 찬물 한 됫박 같은 것이다. 세상 힘없는 사람들, 주변으로 억울하게 밀린 존재들을 따뜻하게 봐주는 마음에 손을 들어준 까닭이다. 서로 함께 살자는 손길에 힘을 실어 준 까닭이다. 이번 상이 미쳐 돌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이런 질문이었으면 좋겠다. “잘 살고 있느냐?”

    ■ 최삼경 필진 소개
    -작가, 강원작가회의 회원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2,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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