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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전염병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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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가 전염병이었다니

    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 입력 2024.09.05 00:00
    • 수정 2024.09.06 00:14
    • 기자명 최삼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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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 작가
    최삼경 작가

    정말 역대급 더위다. 올림픽이 있는 해여서 그런가. 사무실이나 차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면 한증막, 사우나에 들어서는 것 같다. 처서를 지나도 온도를 높이는 수은주의 불기둥은 삐뚤어질 줄 모른다. 예전에 날씨가 춥다! 덥다! 하고 있으면 할 일 없는 한가한 사람으로 치부하고는 했다. 어차피 며칠 있으면 날씨는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열대야가 34일 연속을 기록했고, 4월에 모회사에서 신제품으로 출시한 팥빙수 제품이 백만 개를 돌파했다고 한다. 게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얘기는 듣보잡인 티베트 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9월까지 무더위가 성성하겠다고 하니 벌써부터 모골이 송연할 따름이다.

    지난 6월 10일쯤부터 8월 10일까지 두달 간 가금류 94만 마리를 비롯해 가축 100만 마리, 조피볼락 300만 마리 등 어류 567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한다. 사람들도 온전치는 않아서 폭염으로 수십명이 죽었고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을 겪은 온열 환자도 3000명에 이르렀다. 외신들도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의 이상고온 현상을 두고 안토리오 구테레쉬 유엔(UN) 사무총장은 ‘극단적인 무더위 전염병’을 앓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세상에 무더위가 전염병이라니. 천연두나 페스트는 전쟁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았으며 지금 들어도 두려운 마음이 든다. 얼마 전의 ’코로나‘를 떠올려 보자. 온 세계가 자국의 방역을 내세워 얼마나 난리 부루스였나. 전염병이란 그렇게 큰 위력을 갖춘 것이다.

    기왕에 올림픽 얘기를 좀 더 하자면, 2024 파리 올림픽은 ‘지속 가능성’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경기장 재활용, 냉매제 감축, 저탄소 목표 달성을 각론으로 실천했다. 경기장 재활용률은 95%가 넘어 대부분의 경기장은 신축하지 않았다. 신축에 필요한 콘크리트, 강철 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 지어진 건물을 유지, 보수하기 위해 또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지금까지 올림픽 개최국들은 새로 지은 경기장의 관리비용이 수십, 수백억에 육박하여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으니 참으로 지혜올림픽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장 안에 에어컨 가동을 줄여 선수의 경기력 저하와 관중의 쾌적한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반론도 일었으나 역대급 더위에도 많은 관람객이 함께한 성공한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치른 나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먼저 전 지구적 재앙을 막자는 운동을 선도하는 것에서 진정한 선진국의 민낯을 보는 감동도 쏠쏠하다.

    일찍이 ‘여름 손님은 재앙’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도 어느 책에선가 한여름 감방살이의 고약함을 이야기한 바 있다. ‘더운 밤 좁은 감방에서 닿는 누군가의 살, 그 누군가를 저주하게 되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기후는 극한의 끔찍함을 몰고 오는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올해가 앞으로 맞을 여름 중에 가장 시원한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제 기후변화는 전세계를 뒤엎는 전염병이 맞다. 어쩔 것인가. 물 한 방울, 전등 한 개, 옷가지 한 개라도 먼저 아껴야겠다.

     

    ■ 최삼경 필진 소개
    -작가, 강원작가회의 회원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2,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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