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바카라


연재를 마치며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연재를 마치며

    김형석의 감언이설

    • 입력 2024.09.26 00:00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작년 4월에 ‘감언이설’이라는 이름으로 칼럼을 연재를 시작한 후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곳에서 태어나거나 학교를 다니지도 않았고, 나이 50이 다 되어서 일 때문에 인연을 맺은 입장에서 춘천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혹시나 틀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디테일에 신경 써야 했고, (영화제 일이라는) 내 입장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했고, 이렇다 할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땐 춘천의 이곳저곳을 걷기도 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퍼즐의 빈 칸을 완성하듯 채워 나갔고,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고, 드디어 연재의 마지막 글을 쓰게 되었다.

    칼럼을 이어가면서 원칙은 단 하나였다. 춘천 사람으로서 이곳의 사정들을 속속들이 알 수 없다면, 차라리 ‘이방인의 눈’으로 객관적인 이야기를 전하자는 것이었다. 영화제 일을 하면서 전국 각지의 문화적 이벤트를 접하고 드는 생각들을 통해, ‘비교’의 관점에서 춘천이라는 공간을 이해해보고 싶었고, 그 중에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마지막 글이니 만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면, 한 마디로 춘천은 매우 풍성한 문화 도시다. 인구 30만명 정도의 도시 중에, 아니 그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 도시라도 춘천만큼 문화적 인프라가 탄탄한 도시는 찾기 힘들다. 여러 개의 대학이 있고, 영화관과 공연장과 도서관 등도 많다. 문화 축제의 전통도 길어서, 춘천마임축제나 춘천인형극제 등은 30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김유정, 이외수, 한수산 등의 작가나 화가 박수근 등 춘천에서 태어났거나 활동했던 예술가들도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다. 태권도, 마라톤, 축구 등의 스포츠나 닭갈비와 막국수로 대표되는 음식 문화도 춘천의 연관 검색어다. 무엇보다도 ‘춘천’이라는 단어가 지닌 특유의 무드가 있다. 하나의 지명이 어떠한 감성을 연상시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춘천’엔 왠지 낭만적이고 가슴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가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을 지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인프라만 좋은 게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된 시민들의 문화 활동도 춘천의 특징일 것이다.

    아쉬운 건 하드웨어를 채울 소프트웨어다. 다른 말로 한다면 ‘기획’이며 ‘콘텐츠’다. 같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내놓는다. 그런 의미에서 아쉽다. 닭갈비를 예로 들어보자. 매년 축제가 열리지만, ‘새로운 닭갈비 레시피’ 같은 건 만들어내지 않는다. ‘닭갈비 빨리 많이 먹기 대회’를 열고 트로트 가수를 부를 뿐이다. 전국의 청년 셰프들을 대상으로 닭갈비 경연 대회를 열고, 연계 상품을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실행되지 못하는 건, 어떤 폐쇄성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는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외지인’으로 춘천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그런 거다. 배척하진 않지만, 혈연이나 학연이나 지연으로 엮인 카르텔의 이해 관계가 많은 일들을 좌지우지한다. 춘천이 문화적으로 더욱 융성하려면, 더 열려야 한다. 어쩌면 그러한 개방성은 인구 위기 시대에 각 도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 [김형석의 감언이설]은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리며, 다음 호부터는 새로운 필진과 함께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가겠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