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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재물에 관심 많은 나를 너무 자책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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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들어 재물에 관심 많은 나를 너무 자책하지 마라

    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 입력 2024.09.30 00:06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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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물질에 대한 욕심은 사람의 본성이며 나이 들어서도 줄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다시 읽은 동양 고전 ‘논어’의 구절이 생각난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가 경계해야 할 덕목으로 연령대별로 3가지를 꼽았다. 젊었을 때는 색욕(色), 장성했을 때는 다툼(鬪), 노년기에는 재물욕(得)을 각각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공자는 늙어서 재물 욕심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로 ‘혈기가 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

    공자는 왜 고령자들에게 그런 주의보를 내렸을까. 혹시 2500년 전에도 늙어서 재물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에 그런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면 굳이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 가령 ‘차를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은 자동차 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는 사람에게 ‘기차를 조심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사고에 따른 사망 확률이 187만명 중 1명(미국 기준)으로 매우 낮으니까. 그 옛날 당시에도 재물에 집착하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노욕(老慾)을 넘어 노추(老醜)라고도 했다.

    하지만 나 자신이 머리가 희끗희끗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고 상상해 보자. 젊을 때처럼 욕정을 밝힐 수 없고, 힘자랑도 할 수 없다. 하고 싶어도 신체 구조상 불가능하고 어른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나의 존재감이나 정체성을 무엇으로 확인할 것인가. 젊었을 때처럼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물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나이 들어 재물은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 외부의 위해로부터 일정한 안전망이자 보루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자식은 나를 지켜주지 않아도 재물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재물을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언덕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흔한 말로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쓸데없이 젊은이 일에 참견하지 말고 돈을 풀어 경제적 도움을 주라는 설명이다. 알뜰하기로 소문난 탤런트 전원주 씨는 이런 표현을 했다. 나이 들어선 ‘입 지퍼’보다 ‘돈 지퍼’를 열라고. 그는 “나이 들어선 수중에 돈이 있어야 하며, 돈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 들어 자신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 재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재물욕은 지나치면 분명 문제다. 과도한 이기심은 공동체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욕이 아닌 수준의 재물욕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재물을 남과 나누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재물을 밝히는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고 나이가 들수록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주변에 재물에 관심이 많은 고령자를 보고 너무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라. 사회보장을 거의 받지 못하는 고령자에게 재물은 사적 복지의 방편일 지도 모르니까.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속성이니까.

    요즘 같은 자본주의 세상에선 나이 들어 오히려 ‘돈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 현재 고령자들의 경제 지식수준이 낮은 편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전 국민 경제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와 70대는 각각 53.6점과 46.8점으로 평균 58.7점보다 낮다. 경제이해력은 기준금리, 연금 등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정도를 측정하는 통계적 지표이다. 경제를 모르면 남에게 사기를 쉽게 당한다.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도 재무 지능을 높이는 학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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