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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보호적 양육방식 ‘자녀를 망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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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 보호적 양육방식 ‘자녀를 망치게 한다’

    [기고]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 입력 2024.05.15 00:00
    • 기자명 정문걸 철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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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지금 같은 저 출산 시대에, 자녀가 기껏해야 한둘이다 보니 그야말로 귀한 내 자녀에게 쏟는 관심과 기대가 크다.

    뜨거운 교육열과 함께,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흉악한 사건 등, 위험으로부터 내 자녀를 지키고, 기죽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까지 더해져 부모들의 과잉보호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들은, 학생 교육에 집중하기보다 ‘일부 학부모의 전화와 SNS 대화에 응대하느라 더 힘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이 학부모들은 아이의 짝꿍이 마음에 안 든다며 바꿔달라고 하는가 하면, 수행평가 점수가 잘 안 나오면, 점수를 왜 제대로 안 주냐고 따지며 민원을 제기하여 담당교사와 학교 관계자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대학생 자녀의 수강과목을 일일이 정해주고 학점이 잘 나오지 않으면 교수에게 따지고, 자녀가 입대한 부대 지휘관에게 훈련이 가혹하다는 등, 수시로 연락하거나 찾아가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고 성장하기 마련인데 내 자녀의 그 과정을 낭비로 여기는 것이다. 이런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는 ‘프랑스’이다. 아이들이 가정 밖 환경에서 닥쳐오는 일정한 시련을 겪어야 잘 성장한다고 여긴다. 고등학생 수십만 명이 연금 개혁 같은 사회 현안을 두고 시위를 벌일 정도로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영어에서 ‘spoil'이라는 단어는 ‘응석받이로 키우다’ 등으로 아이가 버릇이 나빠진다는 뜻의 동사인데, ‘망치다', ‘못쓰게 만들다'와 같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너무 자식에게 간섭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부모 역할이 자녀의 생활양식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데, 부모가 자녀를 과잉보호하면 자녀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없다. 늘 자신을 챙겨주던 부모에 의존하게 되어 ‘스스로 할 수 있어’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과잉보호 부모들은 허용의 범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데, 자녀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정말 귀하고 소중하니까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하여 자녀에게 제대로 된 선택권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지나치게 모든 것을 다 해준 아이의 경우, 성장이 어린 시절에 머물러 다음 발달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발달 단계에서 다음 발달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몸은 커지는 데 반해 심리적 발달은 제자리걸음을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과잉보호를 받은 아동들은 자기중심적, 이기적, 의존적 성격을 지니게 되어 어려서부터 스스로 자신의 열등성을 극복하고, 공동체감을 형성하도록 훈련받지 못하여, 건강하고 바른 자아를 형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신경증적이고, 정신 병리적인 성격을 형성할 경향이 강하다”라고 하였다.

    과잉보호나 응석받이는 사회성의 적절한 발달을 저해한다. 과잉보호의 경우 이른바 ‘마마보이’, 즉 자신감 부족의 결과로 인생의 어려운 고비에 부딪혔을 때 해결능력이 없다고 믿고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로잡히게 되어 열등감 콤플렉스에 빠지게 된다. 아동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잉보호적 양육방식의 폐해는 개인이나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오늘날 일부 파행적으로 치닫고 있는 가정과 학교교육의 문제를 바로잡는 실마리를 제시하고, 청소년 비행과 폭력, 자살, 약물중독 등의 많은 문제를 근원적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 차원에서도 부모의 과잉보호적 양육태도의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내 자녀가 귀한 만큼, 자녀가 갈 길을 스스로 찾아서 선택하게 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하여, 자존감을 가지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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