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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춘천시, KT&G 불법 시설 양성화 “면죄부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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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춘천시, KT&G 불법 시설 양성화 “면죄부 주나”

    춘천시, KT&G 불법 점용 국유지 양성화
    KT&G 8월 말 점용 허가 신청서 접수해
    적법한 사용보다 적은 비용에 권리까지
    원상복구·형사처벌 없는 ‘봐주기 행정’

    • 입력 2024.09.26 00:08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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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G의 북한강 국유지 무단점유 수익사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상 불법적 행위가 합법화되는 '면죄부 주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춘천시는 KT&G 춘천 국유지 장기간 무단점용 사실이 본지 보도로 밝혀진 지 4개월여 만에 변상금 처분을 내렸다. 당초 이들 기관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낮은 수위의 처분만 내려 ‘봐주기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월 본지 단독보도를 통해 KT&G가 KT&G상상마당 춘천 인근 국유지 등을 장기간 불법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3년 춘천시 땅을 사들인 KT&G가 국가 소유 재산까지 훼손한 행위를 두고 원상복구 등 철저한 조사와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유지의 불법 행위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춘천시는 해당 국유지가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심지어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등 재산 관리에 소홀했던 점도 확인됐다.

     

    KT&G가 무단 점용하고 무대를 설치, 수익사업까지 벌였던 춘천 상상마당 인근 수변무대가 본지 보도 이후 통제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KT&G가 무단 점용하고 무대를 설치, 수익사업까지 벌였던 춘천 상상마당 인근 수변무대가 본지 보도 이후 통제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르면 내달 국유지와 시유지를 무단 점용한 KT&G의 불법적 행위가 합법화될 전망이다.

    춘천시는 KT&G의 국유지 불법 점용에 대해 변상금을 부과하고 절차에 따라 사용을 허가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원주환경청이 늦어도 7월 이전에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따라 KT&G는 지난달 말 시에 상상마당 인근에 조성한 수변 무대 점용을 위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불법으로 무대를 설치하고 무단점용, 수익사업 등을 펼쳤던 부지를 이제부터 사용료를 내고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KT&G의 불법적 행태를 두고 국유지를 소유한 환경부는 “행정처분과 법적 고발 조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례”라고 이를 위임 관리하는 원주지방환경청은 “불법이 확인되면 원상복구, 고발, 행정대집행 등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각각 답변했지만, 변상금 처분만 이뤄졌다. 국유재산법은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을 재산 사용료나 대부료의 100분의 120을 징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법적으로 최대 5년 치에 대한 사용료의 120%를 받을 수 있어 사실상 6년 치 사용료를 납부하는 것이다.

    결국, KT&G는 이번 시의 조처를 통해 국유지 불법 점용과 수익사업 등에 대한 면죄부를 받게 된 셈이다. 그동안 불법적으로 시설물을 조성하고 사용했던 공간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T&G의 국유지 불법 사용 기간은 10여 년으로 추정된다. 과거 합법적 절차를 거쳐 국유지를 사용했다고 가정해도 불법 사용이 이익이 됐으며 합법적으로 수익사업도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최초로 불법을 저지른 시기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책임자에 대한 조사, 처벌은 없었다.

     

    춘천시는 원주지방환경청과 논의해 KT&G가 불법 점용한 국유지를 양성화하기로 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시는 원주지방환경청과 논의해 KT&G가 불법 점용한 국유지를 양성화하기로 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시는 원주지방환경청과 논의해 변상금만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형사고발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그다음 절차로 고발이 들어가는 것이므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의 설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변상금 부과와 징역과 벌금 등 형사고발, 원상복구(행정대집행 철거조치)가 모두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기관 판단에 따라 처분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한강 변 국유지를 무단점용한 사례의 경우 지자체 행정조치와 별도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행정조치와 형사고발이 동시에 진행됐다.

    최원종 시 건설과장은 “무조건 불법이라고 할 일은 아니다. 10년 동안 KT&G가 유지 관리를 했고 그 상황에서 허가를 안 받고 이용하는 것뿐”이라며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 결과적으로는 불법이라는 말은 맞겠지만 그것으로 시설 자체나 하천 안전성을 비롯한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환경부나 원주환경청 입장과는 대조되는 설명이다.

    불법을 인지한 이후 시의 처리 과정에도 의문이 남는다. 불법 사항에 대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시는 불법적 행태를 자행한 KT&G에 수변 무대 관리를 떠넘기는 모습이다. 현재 수변 무대 입구는 폐쇄 이유에 대한 고지 없이 통행이 제한되고 있는데 여전히 KT&G가 관리하고 있다. 시는 “인허가 절차상에 안전이나 내구성과 같은 유지 관리는 수허가자가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KT&G가 아직 국유지 점용권리를 얻지 못한 상황임에도 이들 기관에 이미 국유지와 시유지를 관리할 권리를 넘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KT&G는 과거 KT&G상상마당 춘천 앞 잔디마당에 대해서도 불법 점용했었지만 시는 관련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시는 변상금 부과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KT&G는 수변 무대뿐 아니라 인근 잔디마당에 대해서도 장기간 불법 사용해왔다. 이에 대한 점용허가 신청은 2022년 이뤄졌는데 시는 이들의 불법 점용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허가를 내줬다. 해당 부지에 대한 변상금 부과는 지난 5월 본지 보도 이후 가능했음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KT&G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먼저 시에 변상금을 내겠다고 의사를 전하고 나서야 변상금이 부과됐다.

    불법 설치물 양성화에 앞서 시설에 대한 전문적인 안전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설은 설치 업체도 확인할 수 없는 불법 시설로 설치 시기가 10년이 넘어 목재 등이 노후화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무대 인근 전선과 불법 폐기물 등이 확인되면서 시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시는 시민 사용을 결정하기에 앞서 별도 사전 점검은 없었다고 답했다. 시 관계자가 맨눈으로 살펴보는 ‘육안 점검’이 전부였다.

    박동춘 시 하천관리팀장은 “일반적인 구조물이나 안전 시설물을 관리할 때 일차적으로 육안 점검을 하는데 이번 시설도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안전하게 판단했다”며 “허가를 낼 때 안전이나 시설물을 철저히 관리하라는 등의 조건을 내주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 시설물은 민원이 발생할 때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국유지를 일일이 찾아가며 관리할 수 없다”며 “악용한다고 하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국유지 무단점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나 관리 대책 마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사례도 본지 보도 이후 조처에 나선 것일 뿐 그동안 KT&G 인근 무단점용과 불법 시설물 등 위법 사항에 대한 단속 이력은 없었다. 이에 시의 안일한 대응이 오히려 불법 행위를 확산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식 절차를 따르며 국유지 등의 사용료를 낸 선량한 시민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불법 사용자에 대한 형사고발과 벌금 등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법한 절차를 따른 지역민이 억울하지 않도록 춘천시의 KT&G 불법 시설 양성화와 처벌이 정당한 절차를 지킨 선량한 시민들에게 
    춘천시의 KT&G 불법 시설 양성화와 처벌이 불법적 행위를 방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승미 기자)

    윤민섭 춘천시의원은 “전국적으로 화제 된 사건조차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면 불법적 행위를 방임하고 더 키우는 것”이라며 “시가 불법을 저질러도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반인에게는 더 강한 원칙을 적용하는데 목소리가 크거나 영향력 있는 기업은 봐주기식으로 처분하고 있다”며 “공공재산에 대한 불법 행위에 대한 기준과 원칙 없는 입맛대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KT&G 관계자는 “관련 보도 이후 곧바로 원상복구와 변상금 등 모든 처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내려진 처분대로 변상금을 납부하고 법률적인 사항을 검토해 시민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불법으로 사용했던 만큼 수익사업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승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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