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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낡고 지친 춘천 1번지⋯얼마 남지 않은 원도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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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낡고 지친 춘천 1번지⋯얼마 남지 않은 원도심의 시간

    춘천 원도심 낙후, 시간 지날수록 심각
    전체 인구 증가 속 원도심은 감소
    학생 수 꾸준히 줄고 상가 공실은 늘어
    주민들, 캠프페이지·역세권 개발에 사활
    전문가 ″개발 규제 완화, 공공 기여 필요″

    • 입력 2024.05.30 00:09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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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원도심은 과거 춘천을 넘어 강원특별자치도 경제·문화·금융의 중심지였다. 주택가는 늘 사람들로 붐볐고 시장과 상점가에선 활기가 넘쳐났다. 그러나 많은 인구가 도심 외곽 아파트 주거단지로 떠나고 캠프페이지에 머물던 미군까지 철수한 지금 원도심은 순식간에 시대에 뒤처진 동네가 됐다. 번영을 상징하던 붉은 벽돌 건물들은 이제 ′낙후′의 상징이 돼 버려졌다. 춘천 중심지에서 변방으로 전락한 원도심의 현실을 짚고 다시 숨결을 불어넣을 해결책을 찾는다. <편집자 주>   

    24일 오후 춘천 소양동의 한 시장 상가. 평일 대낮이었지만 입구는 한밤중인 것처럼 어두웠다. 바깥에서 봐도 건물은 몇 년째 방치된 듯 여기저기 부식되고 낡아 있었다. 귀퉁이에는 각종 폐가구가 쌓여 있었고 빈 유리병 더미에선 유통기한이 10년도 지난 병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가게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상가 건물 테두리에 자리 잡아 공용도로와 인접한 몇몇 식당만이 겨우 손님을 받을 뿐이었다. 

    춘천 시내 원도심이 낡아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개발 동력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시내 중심지에 있는 상가와 학교에는 점점 더 빈 자리가 늘고 사람들의 발길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원도심에 계획됐던 각종 개발 역시 흐지부지되며 이같은 악순환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 춘천 ′수부 동네′는 옛말, 원도심 낙후 가속화

    춘천 원도심은 중앙시장, 명동을 비롯해 소양동, 근화동, 조운동, 교동 등을 일컫는다. 1950년 6·25 전쟁을 전후해 춘천의 도시 형성 기반을 마련한 지역이다. 도청과 시청이 자리한 곳으로 도청소재지인 춘천의 특성상 강원 전역의 인구, 경제, 금융 중심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중앙시장 상인 김모(75)씨는 “캠프페이지가 있을 땐 유동 인구도 많고 그로 인한 경제 활동도 활발해 소양동 인근엔 빈방이 없을 정도라 단독주택을 지을 때 방 한 칸이라도 더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춘천 소양동의 한 시장 상가. 낮 시간이지만 모두 불이 꺼진 모습이다. (사진=최민준 기자)
    24일 오후 춘천 소양동의 한 시장 상가. 낮 시간이지만 모두 불이 꺼진 모습이다. (사진=최민준 기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보면 원도심 지역의 인구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올해 4월 기준 춘천 인구는 28만6695명으로 10년 전(28만98명)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원도심 지역은 정반대였다. 소양동(8968명)은 5년 사이 인구 1462명 감소했고, 조운동(2567명)과 근화동(8977명)도 같은 기간 각각 583명, 307명이 줄었다. 약사명동과 교동의 인구는 몇 년 새 증가했으나 최근 1년 사이 증감을 반복하며 정체된 상태다. 

    원도심 학생 수 감소는 이 지역 쇠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기준 관내 초등학교 43개교에는 학생 1만3825명이 재학 중이다. 한 학교당 평균 재학생은 322명이다. 원도심에 자리 잡은 초등학교 4곳 가운데 3곳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 한 해 평균 200명이 졸업하던 원도심 내 한 초등학교는 올해 졸업생이 6명에 불과하다. 숫자만 다를 뿐 다른 학교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인구가 밀집한 퇴계동, 석사동 학교들은 전교생이 600~700명에 달하고 많은 곳은 1000명을 넘는다. 

     

    춘천지역 초등학교 재학생 수 비교. (그래픽=박지영 기자) 

    ▶ 외곽 집중 개발에 소외된 원도심

    원도심이 쇠퇴하는 것은 모든 도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낡은 원도심을 재개발하는 것보다 외곽 지역을 새로 개발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춘천에서는 여기에 상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미군 부대가 2005년 철수하며 이 현상이 더욱 가속했다. 퇴계동, 석사동 등에 공동 주거단지가 대거 조성된 데 이어 최근엔 강남동과 신사우동 등 도심 외곽지역이 적극적으로 개발되며 원도심이 더 힘을 잃었다.

    원도심의 슬럼화를 그냥 뒀다간 낙후로 인한 인구 감소가 점점 더 빨라져 문제가 심각해진다. 도심의 중심지가 쇠퇴하면 도시 전체적인 비효율이 크기 때문이다. 춘천에서도 대형 상가, 시장 건물 등이 늘어나는 공실에 폐건물처럼 방치되며 문제로 떠오른다. 김영배 국민의힘 춘천시의원은 “인구가 증가한다는 전제 조건에 외곽 개발을 잔뜩 추진하며 도심 지역을 외면한 것이 문제”라며 “지방 소멸,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 도심 외곽으로 개발 방향을 집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말했다.

     

    24일 오후 춘천 근화동 옛 캠프페이지 부지 토양오염정화 공사 현장. (사진=최민준 기자)
    24일 오후 춘천 근화동 옛 캠프페이지 부지 토양오염정화 공사 현장. (사진=최민준 기자)

    ▶ 원도심 소생 위한 마지막 기회

    춘천은 원도심 인근에 자리 잡은 옛 캠프페이지 터가 원도심 부활을 위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2005년 캠프페이지 미군 철수 이후 해당 부지를 활용해 춘천과 원도심 발전을 위한 대형 사업들은 모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락병 소양동 주민자치회장은 “아무리 원도심을 살리려고 해봐도 지자체나 의회에서 관심도 가지지 않고 사업을 하려는 구상은 다 잘라버려 이젠 주민들도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부터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8월 최종 발표를 앞뒀다. 선정 시 국비 지원과 각종 세금,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총 2조원을 투입해 산업, 주거, 문화 등 복합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춘천역 일대를 복합환승센터로 탈바꿈하고 주거·상업·업무·문화·공공시설을 조성하는 역세권 개발 계획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받고 있다.

    이런 대형 개발들은 춘천 원도심을 살릴 골든타임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도심은 땅값이 높고 사업성이 적어 개발이 더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개발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높이고 인센티브를 지급해 수익이 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한편 공공기관, 청사, 대형 도서관 등을 유치해 공공이 함께 기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email protected]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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