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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전문가 데려오면 안돼”⋯춘천 새 아파트 사전점검에 전문업체 대동 금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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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자 전문가 데려오면 안돼”⋯춘천 새 아파트 사전점검에 전문업체 대동 금지 논란

    학곡지구 새 아파트, 입주 전 사전점검
    시공사 “전문 업체 동행 시 하자보수 안 한다”
    수분양자 “건설사 못 믿겠다” 불안
    하자분쟁 증가에 수분양자 전문 대행업체 의뢰 증가

    • 입력 2024.08.07 00:07
    • 수정 2024.08.09 00:08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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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학곡지구의 한 신축 아파트 시공사가 입주전 하자를 살펴보는 사전점검 기간에 전문 대행업체를 대동하면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시공사 측은 과도한 하자보수를 요구할 경우 준공기일이 늦어져 입주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금지한다는 입장이지만, 현행법상 사전점검 기간 방문객의 신분이나 인원 수를 제한할 근거가 없어 논란이 불거질 조짐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춘천 학곡지구의 한 아파트 시공사는 다음달 6~8일 입주자 사전점검을 앞두고 입주예정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사전방문 행사 안내’(입주 전 사전점검)를 발송했다. 안내문에는 ‘입주자 사전방문 준수 사항’으로 입장 시 계약자와 동행하는 가족 등의 신분증을 지참하고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지는 오는 10월 입주할 예정이다.

    문제는 시공사에서 사전점검 대행업체의 출입을 제한하면서 불거졌다. 시공사는 안내문에 “사전방문 시 전문 점검 업체를 포함한 부동산, 인테리어, 청소 업체 등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적발 시 퇴출 및 법적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불법적으로 계약자와 외부인이 동반 입장하여 세대 점검을 한 후 하자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경우 AS 처리가 안 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넣었다.

    아파트 사전방문은 입주 전 입주예정자들이 실제 지어진 집을 살펴보면서 하자가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타일이나 벽지 등의 마감부터 균열, 단차, 오염, 미시공이나 오시공을 확인한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입주자가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최근 신축 아파트 부실시공이 연일 도마에 오르면서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전문업체는 수평계, 열화상카메라 등 전문장비를 동원해 누수나 결로, 외풍, 단열 불량까지 하자가 있는지 잡아내 입주자에게 알려준다. 비용은 3.3㎡(평)당 1만원 선으로 84㎡를 점검하는데 대략 30여만원이 든다. 입주 예정자들은 건설업계 경력이 있는 전문가가 살펴보니, 일반인이 놓치는 곳까지 하자를 찾아낼 수 있어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달 5일 춘천 학곡지구 아파트 시공사가 입주 예정자들에게 배포한 사전 방문 행사 안내문. (사진=독자 제공)
    이달 5일 춘천 학곡지구 아파트 시공사가 입주 예정자들에게 배포한 사전 방문 행사 안내문. (사진=독자 제공)

    한 예비입주자는 “자동차 한 대를 사도 사전점검 전문가를 불러 검수하는데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입주자가 원하는대로 검수하지 못하게 하는 건 시공사의 갑질”이라며 “대행업체를 데리고 오면 하자 보수를 안해준다는 식의 안내는 어처구니가 없고, 오히려 이게 불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점검 대행업체에 의뢰하려는 한 예비 입주자는 “요즘 부실시공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큰데, 이렇게 외부인 출입을 막으며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걸 보니 공사 품질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뜻으로 보여 우려스럽다”며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해 모르는 게 많아 대행업체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이게 불가능하다고 하니 다음 달 사전 점검이 벌써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사용검사를 받기 전 입주예정자가 해당 주택을 방문해 공사 상태를 미리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입주예정자는 사전방문 결과, 공사상 잘못으로 인한 균열, 침하, 파손, 들뜸, 누수 등이 발생해 안전·기능·미관상의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한 경우 사업주체에 보수공사 등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사전방문 기한은 입주 45일 전으로 정해져 있지만, 방문객의 신분이나 숫자 등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시공사 입장에선 하자가 많이 발견될 경우 준공승인이 밀리거나 입주자들과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전문업체 대행을 제한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춘천에서도 조만간 입주하는 단지 2곳이 앞서 수분양자와 직계가족을 제외한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학곡지구 내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MS TODAY DB) 
    학곡지구 내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MS TODAY DB) 

    시공사는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는 시공사와 입주예정자가 사전점검 전문 업체와 동행하는 사안을 협의했으나 ‘논의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협의회 대표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전문 업체가 실적 쌓기를 위해 과도한 하자 보수를 요구할 경우 준공기일이 늦어질 수 있어 이로 인한 입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동행을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선 시공사가 입주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내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 입주한 아파트만 해도 사전점검 당시 외부인 출입에 대한 규제가 심하지 않았다”며 “최근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특히 규모가 작은 단지들은 여러 전문가가 방문하면 하자가 더 눈에 잘 보일 수 있어 통제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수분양자들이 시공사와 협의해야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점검 전문 업체가 직접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구할 경우 문제시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점검 업체로부터 하자 내용을 전달받아 입주예정자가 직접 건설사에 보수공사를 요구하면 그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대규 변호사는 “건설사가 입주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적용하려고 한다면, 분양 계약 당시부터 알리고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며 “일방에게만 불리한 계약은 그 자체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email protected]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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