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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노벨상의 빈자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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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노벨상의 빈자리’를 아시나요

    • 입력 2024.10.17 00:05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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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한글날이 하루 지난 이날,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출판계를 비롯한 산업은 물론 사회 분위기까지 바꾸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이제야 고조되는 분위기지만 ‘문향의 도시’ 춘천은 오래전부터 춘천문학공원을 만들고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 공원에는 오랜 시간 주인을 기다린 외로운 조형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노벨상의 빈자리’다.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믿고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날을 고대했던 이들에 의해 세워졌다. 

     

    춘천 서면에 위치한 춘천문학공원 안내판.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 서면에 위치한 춘천문학공원 안내판.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문학공원(서면 문학공원)은 국토교통부가 4대강 정비사업 일환으로 2011년 서면 의암호 수변을 따라 조성했다. 전국 4대강 사업 중 유일하게 문학을 주제로 조성된 공원으로 한국문인협회와 강원도문인협회,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함께 만들었다. 공원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인들의 작품이 담긴 조형물들이 세워졌다.

    문학공원의 자전거길은 애니메이션박물관, 춘천인형극장 등과도 이어져 문화 관광벨트로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대만큼 잘 운영되지는 않았다. 공원 관리권은 2012년 춘천시로 이관됐는데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 논란이 제기됐다. 문학 조형물의 글귀가 흐려져 보이지 않고 수풀이 무성해지는 등 조성 취지가 무색해졌다. 결국, 시는 지난해 사업비 2000만원을 투입해 공원 내 조형물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춘천시문인협회가 사업을 맡아 흐려진 조형물을 다시 도색하고 파손된 작품을 일부 교체하는 등 29점의 조형물을 보수·정비했다.

     

    춘천문학공원에는 '문학의 힘·문인의 꿈'를 비롯한 122점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문학공원에는 '문학의 힘·문인의 꿈'를 비롯한 122점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시에 따르면 현재 공원에 조성된 조형물은 모두 122점으로 춘천과 강원 대표 문인들의 이름과 이들의 작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조형물은 공원 중앙 위치한 ‘문학의 힘·문인의 꿈’ 비다. 한국문인협회가 함께 조성한 조형물로 뒤편에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문장이 고 이외수 작가의 글씨로 새겨져 있다. 커다란 비 바로 옆에는 비워진 단상과 같은 조형물이 하나 더 설치돼 눈길을 끈다. 높이가 손바닥 두 뼘도 채 되지 않는 이 조형물이 바로 ‘노벨상의 빈자리’다. 아담한 크기의 조형물에는 “문학이 보다 밝은 세상을 만든다”는 문구가 함께 적혀있다. 

    ‘노벨상의 빈자리’ 비는 문학 발전을 기원하는 문인들의 바람을 담은 조형물로 2011년 문학공원 개방식에서 공개됐다. 당시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노벨상의 빈자리’를 만들고 국내 문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관련 '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노벨상의 빈자리가 채워지면 그 옆에 또 다른 빈자리 비를 만드는 방식으로 문학공원을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노벨상의 빈자리는 국내 문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염원한 조형물이지만 아직 관련한 조성 논의는 없는 상태다. (사진=한승미 기자)
    노벨상의 빈자리는 국내 문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염원한 조형물이지만 아직 관련한 조성 논의는 없는 상태다. (사진=한승미 기자)

    그리고 13년 만에 드디어 빈자리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하지만 원주청과 춘천시 그 어느 곳에서도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주청은 “내부에서 관련한 언급은 없었고 관리 권한은 춘천시가 갖고 있다”고 했으며 춘천시는 “논의가 나온 적이 없고 앞으로의 계획도 아직 없다”고 답했다. 여러 지역에서 저마다 작가와의 연고를 찾으며 그의 성과를 기리는 문학관이나 기념관 건립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원은 지역 명소와 인접해 지역주민과 전국 관광객의 발길이 잇따르는 곳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는데도 노벨상의 ‘빈자리’가 계속된다면 전국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쌓아온 최우수 문화도시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처사다. 더구나 한강 작가는 2018년 김유정문학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춘천시의 의지가 부족하다면 문인들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노벨상의 빈자리’를 만들고 20년, 30년 뒤 언젠가 나올 강원 문인을 기다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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